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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논란…정말 임금 줄어들까?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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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보완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계와의 입장 차이가 상당해 아직까진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늘리는 것이 이번 논의의 핵심입니다.

정부는 집중 노동이 필요한 업종과 직무가 있다는 경영계의 요구가 커지자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 검토를 공식화했고, 이달 들어서는 연내 이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일정표를 내놓았으나 노동계의 반발이 거센 상황입니다.

주 52시간제는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와 산업재해가 이어지는 '과로 사회'에서 벗어나고, 저성장시대에 일자리를 나누자는 취지라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입니다. 실제 노동시간을 줄여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 하자는 '워라밸'은 이제 시대적 흐름입니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일부 허용하는 것이 주 52시간제 무력화 시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탄력근무제 기간이 6개월∼1년으로 길다는 지적에는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 자체가 압도적으로 길어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입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로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해 발생하는 임금 손실도 문제입니다.

다만 일부 업종에선 탄력근로제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않습니다. 특히 성수기가 있는 업종이나 특정 기간 일이 몰리는 연구개발 직종 등에서 탄력근로제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노동 현장에서도 마냥 부인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노동계도 사회적 대화에 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임금 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서 논의해 상생의 길을 서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가운데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국민연금 개혁 등을 비롯한 핵심 의제를 논의할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22일 공식 출범했습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상 본위원회는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지만, 민주노총이 합류하지 못해 일단 17명 체제로 출범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경사노위는 6개 산하 위원회에 해운, 보건의료, 공공 등 3개 업종별 위원회와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3개 계층별 위원회를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과 국민연금 개혁 외에도 업종별 일자리 창출 방안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 방안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어서 어떤 대책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6개월 또는 1년으로 늘리는 것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응답자 절반 가량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릴 때 더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덜 일하는 방식으로 일정 기간 안에 주당 평균 법정노동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t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응답률 7.8%)에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한 찬반여론을 조사한 결과 '일이 몰리는 성수기, 신제품 출기 시기 등 집중근로가 필요한 기업을 고려해 늘리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이 50.4%로 집계됐다.

반면 '특정 기간 업무과중으로 노동자의 건강권이 침해되고, 임금 역시 줄어들 수 있어 늘리는 데 반대한다'는 응답은 30.9%로 집계됐다. 잘 모름은 18.7%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찬성 64.7% vs 반대 22.6%)과 사무직(58.6% vs 32.5%)는 찬성이 과반을 넘었다. 반면 노동직(47.2% vs 42.8%)과 무직(43.2% vs 39.1%), 가정주부(38.0% vs 28.4%)는 찬성이 절반을 밑돌았다. 학생(27.6% vs 34.7%)은 반대 여론이 높게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40대(찬성 66.2% vs 반대 22.8%), 50대(51.9% vs 33.3%), 60대 이상(50.2% vs 25.4%)는 찬성이 과반을 차지했다. 30대(42.2% vs 39.9%)와 20대(38.6% vs 36.4%)는 찬성이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했다.

◆노동자 50.4%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찬성"

탄력근로제 이슈가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 간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란 관측은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결국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노정 갈등은 격화됐고, 급기야 지난 21일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수정 등에 이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까지 추진하자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는 게 민주노총 측 주장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가 탄력근로 개악을 멈추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이 그것을 멈추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자 경영계는 부담 완화를 위한 보완책으로 단위 기간 확대를 요구해왔다.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를 활용해도 6주 가량 밖에 집중 근로(평균 64시간)를 할 수 없어 계절산업, 신제품 출시시기 집중근무가 필요한 일부 산업 등에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야당 뿐 아니라 여당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부터 주도적으로 주장해 온 사안이다.

그러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 이성기 전 차관이 "우리나라는 탄력근로제 활용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유럽에서도 탄력근로제 운영기간을 1년으로 가져가는 사례가 많다"고 밝히면서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했고, 고용노동부 담당 국장이 나서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사용 횟수의 제한이 없어 노사가 선택적으로 (탄력근로제를)연속 사용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탄력근로제를)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소용 없었다.

고용부는 이후 실태조사와 함께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해 왔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가진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는 현행 탄력근로제로는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상황에 대응이 어렵다는 성토가 쏱아졌다.

결국 여야정은 지난 5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합의했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데 산업 현장 기업들의 애로에 대해 눈을 감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주무 부처인 고용부는 일부 업종의 경우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후 노정 간 갈등도 이달 들어 급격히 악화됐다. 위기감을 느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9일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면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탄력근로제를 6개월로 확대하게 되면 3개월(13주)은 주 64시간, 3개월은 주 40시간씩 일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과로사 판단 기준인 '12주동안 주당 평균 업무시간 60시간 초과'를 넘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노동계가 중노동에 시달려 과로사 할 수 있다고 아우성 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주 52시간제에 대해 6개월 유예기간을 두고 본격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정부가 경영계 편들기에 나선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현재 노사 간, 노정 간 대립 구도가 극에 달하고 있지만 결국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생각이다. 노동계의 주장이나 경영계의 주장 모두 설득력이 있는 만큼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찬반 입장 뿐 아니라 적용 범위, 적용 시기 등 세부 사안을 놓고서도 이견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사회적 대화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노동계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정부가 경영계 편 들어주는 셈"

민주노총의 총파업으로 민감한 노동 현안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은 만큼 민감한 노동 현안을 조율하는 데 국회 및 정치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당장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와 관련해 접점을 찾아야 하며, 최저임금 인상 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쌓여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은 민주노총 총파업을 비판하며 '노동개혁' 깃발을 내건 상태다. '귀족노조'로 불리는 현 기득권 노조의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결은 다르지만 '촛불세력'으로서 현 정권 탄생에 일정한 지분이 있는 민주노총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경제주체로서 대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으로 정치권이 다룰 노동 의제는 여야 각 정당과 노동계의 관계설정과도 맞물려 정국을 달굴 전망이다. 여야는 공히 탄력근로제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확대 기간과 관련해서는 온도 차가 있다.

민주당은 6개월 정도로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이 주장하는 1년은 너무 길고 6개월로 늘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조가 이날 총파업까지 강행하는 등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정부와 여당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정치권, 탄력근로제 확대 공감대 형성…기간 온도차 有

한국당은 정확한 기간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산업 현장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6개월 이상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함으로써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기 보다는 노사 자율협의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가 최대 지지세력인 노동계에 포획돼 노동개혁에 소극적"이라며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선 "과감한 노동개혁"이 요구된다고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지표 악화의 원인이라고 지목하는 야당의 태도를 침소봉대 또는 견강부회로 인식한다.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미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실현이 어렵다고 인정한 만큼 일정 부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

야권 일부가 내세우는 최저임금 인상 차등화에 대해서도 '결사반대'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와 관련해서도 최저임금위원회가 인상 폭을 결정하는 현재의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각종 경제지표 악화, 민생경제 어려움의 주요 원인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꼽고 있다. 그만큼 한국당의 최저임금 정책은 인상 폭을 줄이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동결하거나, 이 같은 방안이 여의치 않는다면 인상 시기를 내년 7월1일로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현재까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를 고리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자체를 흔들 태세지만, 문제가 발생했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자체를 중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성과주의에 급급한 '무리수'라는 입장이다. 당장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은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산물로 보고 있다.

한국당은 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공공부문 및 대기업 노조 특권 타파, 노동시장 유연안전성 강화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