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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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세이’에 이어 이번엔 ‘분빠이’…이은재의 일어 사랑

“내용 보면 농림축산식품부와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국민 혈세로 막 이렇게 ‘분빠이(분배)’해서 이래도 되는 건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가 열린 소회의실.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예산소위에 참석한 이은재 의원은 ‘분빠이’라는 일본어를 회의 중 내뱉었다. 야당의원으로서 정부 부처 간 중복예산을 지적할 수 있지만 또 ‘분배’라는 우리말을 두고 일본어식 표현을 썼다는 데에서 비판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 뉴시스
특히 이 의원의 일어 사랑은 남다르다. 이 의원은 지난 2월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김상곤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설전을 벌이다 중재하려는 유성엽 교문위원장에게 “겐세이(견제) 하냐”고 항의했다. 이 의원은 또 지난 7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야지’ 놓는 의원들을 퇴출시켜달라”고 공세를 폈다. ‘야지’는 일본어로 야지우마의 준말로 야유와 놀림을 뜻한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교육현장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 청산하는 차원에서 ‘초·중등교육법’ 및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교감이라는 표현이 일제식이어서 부교장으로 바꾼다는 내용이다. 이런 법안을 발의했는데도 또 일어 표현을 공식 회의장에서 써서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이 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산소위장에서 다른 의원들도 무의식적으로 국회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어휘를 구사하거나 막말을 쏟아낸다.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감액을 하면서 “9억 정도는 ‘유도리(여유)’있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속개직전이지만 관계자 및 취재진이 모두 앉아 있는 가운데 장 의원은 “이렇게 개무시당하려고 개지X 떨고 있나 내가”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속개 전이지만 “아니 이렇게 ‘뺑이치는데(힘든 일을 하는데)’”라며 군대식 은어를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막말 사용이 잠깐 주목 받는데는 유리하지만 길게보면 자신은 물론 당에도 불리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장인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지율이 낮다보니 목에 핏대 높이고 그런 의원들이 많은 것 같은데 소속 당과 진영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국민들이 장기적으로 지지하지 않게 된다는 것일 인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