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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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난민 위기 이후 3년… 유럽에 산적한 국가 간 갈등

2015년 중동 시리아의 정세 불안 등이 가속화하면서 유럽으로 약 100만여명의 난민·이주민이 몰려들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규모였다. 이후 3년여 동안 기존 터키 루트 등 육로는 물론 지중해에도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몰리면서 유럽의 난민 위기는 국가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유럽의 난민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난민들의 정착, 국가 간 합의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주 규모는 어떤 상태인가

유럽을 찾는 난민·이주자의 규모는 2015~2016년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고 있다.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지원금으로 최소 30억달러를 유럽연합이 지원해주는 합의안이 체결되고, 발칸 국가들이 엄격하게 국경 장벽을 쌓은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이탈리아가 리비아 해상경비대와 협약을 맺어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로 이들이 2017년 11만9000여명에서 올해 11월 기준 2만2500여명으로 감소하는 등 여러 조치들이 이주자들의 수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사진=UNHCR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까지 유럽 국가 중 이민자를 가장 많이 받아들인 국가는 스페인(5만6200여명)이었고 그리스(2만8700여명), 이탈리아(2만2500여명)가 뒤를 이었다.

가디언은 하지만 2015년 유럽 난민 위기를 초래했던 유럽 주변 중동, 아프리카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난민·이주민의 발생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언제든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난민 등의 이주, 무엇이 문제인가

유럽에서 난민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건 지정학적으로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들이 정해져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 지중해를 끼고 있는 이탈리아, 북아프리카와 가까운 스페인, 중동 이민자들의 길목인 스페인은 모두 지리적으로 난민이 먼저 도착하는 주요 국가로 꼽힌다. 또 유럽연합 법률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가 처음 도착한 국가가 진짜 난민인지 여부를 가리는 심사를 책임진다. 난민 관리의 책임이 일부 국가에 집중되는 셈이다.

지난 6월 유럽연합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곳에 난민심사센터를 만들기로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어디에 세울 것인지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난민을 막기 위해 엄격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국가와 도착한 난민을 공평하게 분산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헝가리와 같은 극우 정당이 정권을 잡은 동유럽 국가가 EU 방침과 무관하게 난민 수용 불가 정책을 꺼내들면서 EU 국가 간 긴장 관계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Fail Observer
◆난민 문제가 유럽 정치적 지형에 끼진 변화는

증가하는 난민이 문제가 되면서 유럽을 휩쓴 건 극우 포퓰리즘 세력들이다. 4월 총선 이후 오성운동과 연정을 통해 정권을 잡은 이탈리아의 극우 동맹은 선거 당시부터 50만여명의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며 난민을 적으로 삼는 캠페인을 벌였다.

난민 문제는 이탈리아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에서도 효과를 발휘해 자유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20%를 득표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또 2015년 위기 당시 난민에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취해 1만여명이 몰렸던 독일에서도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난민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연방 의회는 물론 전국 16개 주의회에 모두 입성하는 기염을 토하는 등 나날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가디언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현재 유럽 시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이슈가 이민과 테러 문제라고 지적했다.

◆난민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지역은

현재 유럽을 둘러싼 지역 중 난민 문제로 가장 많이 주목되는 곳은 지중해다.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려는 이들이 준 게 사실이지만 사망률(현재까지 2054명 사망)은 오히려 높아지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중해에서 연일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 난민들이 조악한 보트 등을 타고 항해에 나서고 있기도 하지만 이들을 구조할 수 있는 선박들이 최근 자취를 감춘 때문이다. 가디언은 “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가 집권한 뒤 이탈리아 항구에 자국 국적 외에 다른 나라 소속 구조 선박에 대한 입항을 금지시키면서 구조대가 사라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난민들의 죽음의 행렬이 지속되고 있지만 난민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유럽 정상 간의 합의는 요원한 상태다. 각 국가별 난민 할당 쿼터 등 논의할 주제가 산적한 상황이지만 일부 국가들이 EU 차원의 강제적인 조치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