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기고] ‘커뮤니티 케어’는 포용적 복지국가의 핵심

‘포용적 복지국가’의 틀이 완성되고 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주목할 정책은 ‘커뮤니티 케어’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지역사회의 힘으로 자신이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정부 목표인데 ‘커뮤니티 케어’가 핵심 구현 과제다.

그간 사회복지시설과 병원 중심 서비스만으로는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저하와 고령화에 따른 의료·돌봄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유럽인권재판소(ECHR), 유엔장애인권리컨벤션(UNCRPD),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 유럽연합(EU) 기본권 헌장도 대규모 시설 중심 정책은 인권 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해 왔다. ‘커뮤니티 케어’는 탈시설·탈원 체계가 기본이다. 시설·병원에 입소·입원해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아온 것이 기존 시스템이라면, 자택에서 지역사회 이슈를 공유하고 호스피털리즘도 방지할 수 있는 게 ‘커뮤니티 케어’ 시스템이다.

오승환 울산대 교수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
한국형 모델의 성공을 위해서는 적어도 사회복지와 보건의료 두 영역이 공공 영역과 효과적으로 결합해야만 한다. 기존 보건복지 서비스 정책을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로 변화시키는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제는 사회복지시설이나 병원을 기반으로 한 관습적 체계를 지역사회 중심의 탈시설·탈원 체계로 바꿀 수 있느냐에서 찾아야 한다. 기존 사회서비스 체계를 답습한다면 ‘커뮤니티 케어’의 토대인 탈시설·탈원화는 물론, 목표인 사회통합 실행은 요원할 것이다.

공공 영역은 보건복지부에만 머물지 않고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와 협업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지역주민의 자치활동을 통한 지역 내 공동체 회복,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쇠퇴하고 있는 도심 활력을 기대하고 있다. 포용사회, 포용국가와 인간다운 삶이라는 큰 의제가 구현되는 지점이 바로 ‘커뮤니티 케어’인 셈이다. 보건복지부의 돌봄·의료서비스 제공, 행정안전부의 주민수요 발굴, 국토교통부의 공간재생을 연계하면 의료·요양·복지·주거 등 지역 기반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지역주민의 케어 수요 발굴 및 맞춤형 의료·복지 서비스 연계를 지원하고, 이를 위한 공간을 조성하며,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각 영역별로 민간부문과의 협력도 강화될 것이다.

이처럼 ‘커뮤니티 케어’는 혁신적 체계이지만 새로운 것은 아니다. 각 영역이 개별적으로 시행하며 전문화해 온 것을 비빔밥처럼 얼마나 잘 버무리냐가 관건이다. 공공은 단순 게이트 키퍼 역할을 넘어 전체 서비스의 관제탑 역할을 하고 있고, 나아가 ‘비빔’을 주도해야 한다. 또한 사회복지와 보건의료 영역이 공공영역과 협력하기 위해 과감히 장벽을 허무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 의견 수렴은 물론 해당 전문가의 실정도 합리적으로 운용되도록 계속 조정·반영해야 한다.

부양의무제 폐지를 비롯해 주거·돌봄·의료·소득·전달체계 등 정비할 과제가 산적해 정부의 로드맵 발표가 예정돼 있던 일정보다 늦게 나오긴 했지만, 기존에 진행해온 시스템이 있는 만큼 전망은 밝다. 사회복지사협회, 의사협회, 간호협회 등 전문가단체가 회원들의 전문성을 엄격히 관리하는 데에 더해 ‘커뮤니티 케어’ 전반의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다. 영역 간 전문성이 조화롭게 버무려질 때 ‘커뮤니티 케어’는 ‘포용적 복지국가’의 핵심 체계로 작동할 수 있다.

오승환 울산대 교수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