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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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재인 靑 보고 문건' 삭제하겠다는 검찰, 배경은?

11월 27일 정보국 압수수색 / 이명박·박근혜정부 문건 외에 현 정부 장차관 인사검증 자료/ 검찰, 경찰청 생산 문건 1000건 삭제 방침
경찰의 불법사찰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경찰청 정보국을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문건 중 문재인 정부시절 생산된 문건은 자체적으로 삭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한 문건 중 일부를 다시 또 삭제키로 한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있다.

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달 27일 경찰청 정보국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문건 가운데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이 아닌 문재인정부 들어 경찰청이 생산한 문건 1000여건을 자체적으로 지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삭제하기로 한 문건은 문재인정부 출범초기 청와대 지시로 전국 정보경찰이 수집·작성한 자료들이다. 주로 1기 내각 구성 단계에서 장차관 등 후보자 인사검증 자료와 고위공직자들의 비위 첩보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MB 영포빌딩’에서 경찰의 불법 정치관여와 민간인 사찰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이 대거 발견된 것이 단초가 됐다. 경찰이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영포빌딩 문건 의혹을 자체 수사한 끝에 이명박정부에서 경찰청장을 지낸 조현오 전 청장을 구속했다. 경찰이 사건을 최근 검찰에 송치하자,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강수사를 벌이던 중 갑자기 경찰청 정보국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해 12월까지 경찰이 생산한 문건을 압수할 수 있는 영장을 발부받아집행했다가 경찰의 반발을 샀다.

사정기관들 사이에선 검찰이 문재인정부에 치명상을 줄 수 있는 자료를 가져갔다가 뒤늦게 문제가 되자 문재인정권을 겨냥한 ‘불순한 의도’는 없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삭제방침을 정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하드디스크 속 파일 등을 압수할 때는 수사대상에 관련된 것과 아닌 것을 선별한 후 관련된 것만 가져가는 것이 원칙”이라며 “검찰이 광범위한 기간의 영장을 발부받고, 집행과정에서 수사원칙 역시 어긴 이유는 수수께끼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정기관 관계자는 “이해가지 않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의 문건을 확보해놓고는 다시 또 번거롭게 자기들이 지우겠다고 한 건 그만큼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 목적이 다차원적이었다는 걸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남정훈·배민영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