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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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당국자, 징용판결 압박 일본에 "필요할 경우 대응조치"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 관련 일본 측의 태도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가 “일측은 한·일관계를 중시한다면 책임있는 자세로 역사문제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국내외 언론에서 일본 정부가 연내 우리 정부가 방침을 밝히지 않으면 대응조치를 개시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며 “만약 이런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일본 측에 절제된 대응을 촉구해온 우리 정부로서는 실망감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할 경우 대응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본 측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및 가족들이 미쓰비시 중공업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며 만세를 외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 당국자는 “일본 측이 이번 사안을 법적인 문제로만 치부하면서 과거 양국 간에 있던 불행한 역사에서 기인하는 것을 눈감아선 안 된다”며 “특히 일본 측이 이번 사안을 과거사 문제를 과거사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호기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한·일 관계는 법적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도덕적 문제가 있다”며 “법적으로 끝났으니 책임질 일도 없다는 태도는 문제 해결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은 지난 10월 30일과 11월 29일 잇달아 피해자들의 손을 들었다. 이에 일본 정부가 우리 대법원 판결을 비난했으며 특히 고노 외무상은 이번 판결을 “폭거”라고까지 표현했다. 맞대응을 자제하던 정부는 이낙연 총리 명의 입장문을 내고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과격한 발언을 계속 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부정한 게 아니라 그 조약을 인정하면서 그 바탕 위에서 조약의 적용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판단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외교적 분쟁으로 몰아가려 함에 따라 나도 그에 대한 의견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포함해 외교부, 행정안전부, 법무부, 산업자원부, 법제처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이번 판결을 검토하는 한편 관련 후속 대응을 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로서는 과거사 관련 사법정의를 요구하는 피해자 및 국내 여론, 한·일 관계 관리 필요성 등을 고려, 쉽지 않은 사안에 대해 최대한의 지혜를 모아 최선의 방안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며 “일정한 절차와 시간이 소요되고 있으나 앞으로 관계부처 간 검토와 민간 저문가와의 협의 등을 통해 가능한 조속히 정부 방침을 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