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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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점자 0.03%…'불수능' 국어 역대 최고 어려웠다

국어 표준점수 만점 148명 ‘최소’/영어 1등급도 5.3%로 반토막 나/출제당국 난이도 조절실패 인정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150점으로 역대 최고’, ‘영어 1등급 비율 전년 대비 반토막’, ‘전 과목 만점자도 10명 미만’….

지난달 15일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불수능’이었던 것이 확인됐다. 출제당국은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역대 수능에 비해 무척 까다로워 불수능 논란에 불지핀 국어영역의 경우 표준점수로 최고 점수와 최저 점수가 무려 18점이나 차이나는데도 같은 1등급 성적을 받는다. 국어 과목이 상위권 수험생들의 대입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이창훈 수능시험 본부장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9학년도 수능 채점결과에 따르면, 국어영역은 현행 수능체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표준점수 최고점이 처음으로 150점을 기록하며 최고점자(만점자) 비율은 0.03%(148명)에 그쳤다. 지난해 수능 국어 최고점(134점)과 만점자 비율(0.61%·3214명)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표준점수는 영역별로 수험생의 원점수가 전체 응시생의 평균성적과 얼마나 차이나는지를 나타낸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아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지고 반대로 시험이 쉬워 평균이 높아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낮아진다.

수능 국어 시험에 그만큼 고난도 문제가 많았다는 얘기다. 이전까지 가장 어려웠다는 2011학년도 수능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140점), 만점자 비율(0.06%)과 비교해 봐도 올해 수능 국어가 얼마나 수험생들을 괴롭혔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국어가 몹시 어렵게 출제돼 당락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공계열 상위권일수록 국어에서 당락이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공계열 최상위권 대학은 과학탐구 못지않게 국어 성적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국어와 수학 가형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도 크다”며 “수학을 잘하는 이공계열 상위권 수험생이라고 해도 이번 수능에서 국어를 망쳤다면 사실상 수학으로 만회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주로 치르는 수학 가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33점, 인문사회계열에 진학 희망자가 주로 보는 수학 나형은 139점이었다. 지난해 수능 수학 가형(130점)과 나형(135점)에 비해 각각 3점과 4점 올라갔다.

지난해 절대평가로 전환된 영어영역의 1등급 학생 비율은 5.30%(2만7942명)로 지난해 수능(10.03%·5만2983명)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요컨대 이번 수능의 국어·수학·영어 영역이 모두 지난해 수능보다 상당히 어려웠다는 뜻이다. 다만 수학 가형과 나형의 만점자 비율은 각각 0.39%와 0.24%로 지난해 수능(가형 0.11%·나형 0.10%)보다는 상승했다.

한국사 영역의 1등급 비율은 36.52%로 지난해 수능(12.84%)의 3배가량이다. 탐구영역 1등급 커트라인은 사회탐구가 63∼67점, 과학탐구가 64∼67점, 직업탐구는 63∼72점이었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64∼80점이었다.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은 수험생은 재학생(4명)과 졸업생(5명) 합쳐 9명으로 지난해 15명(재학생과 졸업생 각 7명·검정고시생 1명)보다 6명 줄었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이번 수능 문항의 난이도에 대해 수험생과 학부모님, 학교 선생님들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다”며 “특히 국어영역의 경우 지문과 문항 길이가 너무 길고 내용이 어렵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는데 향후에는 교육적으로 타당성이 높은 문항을 출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국어영역 31번 문항과 같은 초고난도 문항의 출제를 지양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수능은 재학생(39만9910명)과 졸업생(13만310명)을 합쳐 53만220명이 응시했다. 평가원은 응시자별 성적통지표를 5일 재학 중인 학교나 시험 지구 교육청, 출신 학교 등을 교부한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