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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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횡' 하는 직장인… 횡령죄 적용되나 들여다보니

마땅한 스트레스 해소책을 찾지 못한 직장인들의 궁여지책인가,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는 줄 모르고 철없이 일삼는 범죄 행위인가.

‘소확횡’(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 최신 유행어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발음은 비슷하지만, 그 뜻은 다르다. 즉 직장 내 사무실에 비치된 다과류나 사무용품을 필요 이상으로 챙겨 집에 가져가거나, 프린터를 업무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하는 등 행위로 기쁨을 만끽한다는 의미다.

최근 일부 직장인들이 사무실 내 공용물품인 풀이나 가위, 셀로판테이프 등 ‘소소한’ 물품을 개인적으로 챙기며 일말의 행복감을 느끼는 세태가 이어지고 있다. 별다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물품을 챙길 때 느끼는 ‘짜릿함’도 덤으로 즐길 수 있어서다. 그런데 ‘소확횡’이라는 단어의 풀이대로 이런 행동이 형법상 횡령 및 배임에 해당하는 범죄여도 그 짜릿함과 즐거움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횡령 및 배임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거나 사무를 보는 이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동으로 이익을 얻거나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히면 적용된다. 유죄가 확정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을 만큼 형량도 가볍지 않다.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기엔 법의 잣대가 엄격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소확횡’은 기본적으로 절도”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사무실에서 종이 1장만 챙겨도 엄연히 절도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가로챈 물품의 가치가 크고 작은 건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무실 내에서 사용하는 소모품을 각 직원이 ‘보관’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횡령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소확횡’은 횡령은 아니어도 절도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라는 것이다. 절도죄 역시 6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정도로 형량이 무겁다. 직장인들이 뜻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고 스트레스가 쌓이더라도 ‘소확횡’ 대신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