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69·사진) 전 광주시장이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모(49·여)씨에게 거액을 사기당하고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로 일컬어진 김씨의 자녀 채용청탁을 들어준 이유에 대해서 "노무현의 혼외자 말이 나오는 순간, 인간 노무현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구속된 김씨는 상습 사기 전과자로 지난해 12월 부터 올해 1월까지 윤 전 시장을 비롯한 지역 유력가에게 ‘권양숙입니다. 딸 사업 문제로 5억원이 급하게 필요하게 됐습니다. 빌려주면 곧 갚겠습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윤 전 시장은 이를 믿고 네 차례에 걸쳐 4억5000만원을 김씨에게 보냈다.
김씨는 직접 광주시장실로 찾아가 자신을 노 전 대통령 혼외자의 보호자(양모·養母)라고 속이며 취업을 청탁했다. 김씨가 언급한 혼외자는 김씨의 아들과 딸 이었다. 김씨는 두 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권 여사와 노 전 대통령 혼외자 보호자 역할을 동시에 했다. 김씨는 채용 청탁으로 사립중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취업한 딸의 결혼 주례도 윤 전 시장에게 부탁하는 등 대범함을 보였다.
윤 전 시장은 김씨의 청탁을 실제로 들어줘 김씨의 두 자녀를 각각 광주시 산하기관인 김대중컨벤션센터에 임시직으로, 광주의 한 사립중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채용되도록 도왔다. 이에 김씨 아들 조모씨는 해당 산하기관에서 전시·대관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임시직으로 7개월 동안 채용됐다가 지난 10월 경찰 수사 개시 이후 그만뒀다. 사립중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채용된 김씨의 딸은 지난 4일 그만뒀다.
경찰은 김씨를 전 대통령의 부인을 사칭해 윤 전 시장으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갈취한 혐의(사기 등)로 구속 후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윤 전 시장은 취업 청탁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윤 전 시장이 '공천 헌금' 명목으로 돈을 송금한 의도가 짙다고 보고 최근 윤 전 시장을 피해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피의자로 전환했다. 검찰은 특히 윤 전 시장이 광주시장 경선을 앞두고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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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에서 의료봉사중인 윤장현 전 광주시장. 사진=뉴시스 |
검찰은 윤 전 시장에게 5일 출석을 통보했지만 네팔에 있는 윤 전 시장은 소환에 불응했다.
의학박사 출신 윤 전 시장은 지난달 16일부터 21일까지 네팔 다무와 마을에서 열린 '네팔 광주진료소 개소 2주년 의료봉사 활동'에 참여했으며, 일행 모두가 귀국했음에도 혼자 남아 네팔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팔에 머무는 윤 전 시장은 이날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노무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라며 "문제가 있는 부분은 소명하고 공인으로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라고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시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김씨와의 첫 만남에 대해 지난해 12월 ‘노 전 대통령의 혼외 자식들이 광주에서 어렵게 지내고 있다. 5억원을 빌려달라'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윤 전 시장이 직접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자 김씨는 권 여사의 경상도 사투리를 흉내내며 "지인을 보낼 테니 만나보라"고 제의했다. 윤 전 시장을 찾아간 김씨는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뿐만 아니라 권 여사의 딸인 노정연씨도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윤 전 시장은 "노 전 대통령 혼외자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부들부들 떨렸다"라며 "온몸이 얼어 붙었다. 전화 말미에 노무현 혼외자 말을 듣는 순간 소설처럼 내 머리에 뭔가가 꽂힌것 같았다"라며 "나라가 뒤집힐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라고 당시의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노 전 시장은 "외부에 이같은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되고 '인간 노무현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누구와도 이 사안에 대한 상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전 시장은 공천을 염두에 두고 거액을 송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전 시장은 "바보처럼 사기를 당했는데 수사당국이 공천과 연결지어 참담하다"라며 "말 못할 상황이라고 몇 개월만 융통해달라고 해서 돈을 보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윤 전 시장은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빌려줬다면 '흔적'이 남는 은행에서 융자를 받았겠느냐"라며 "공당의 공천 과정을 아는 사람은 이런 연결이 말도 안 된다고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전 시장은 "사기꾼 김씨와 전화 통화는 3-4차례, 문자는 40여차례 오간 것 같다"라며 "내가 속지 않았다면 최근(10월)까지 문자를 주고 받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윤 전 시장은 김씨에게 보낸 4억5000만원 가운데 3억5000만원은 은행 대출로 1억원은 지인에게 빌려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전 시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 소환과 관련해서 "반드시 13일 이전에 검찰에 나가 모든 것을 밝히고 공인으로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윤 전 시장은 조선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안과 의사출신이다.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과 광주·전남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아름다운 가게 전국 대표 등을 역임하며 시민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했다.
또한 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와 국가인권위원회 정책 자문위원 활동을 통해 인권 운동가로 이름을 알렸다.
윤 전 시장이 정치권을 발을 디디게 된 계기는 2014년 안철수 전 국회의원의 신당으로 알려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위원장을 맡으면서다. 그는 공천을 받아 광주시장 후보가 됐고 같은해 6월 치뤄진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에 당선된 후 올해 6월 30일까지 역임했다.
윤 전 시장은 지난 4월 4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월 27일 있었던 출마 선언을 번복하며 광주 시장 재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광주시청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