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6·13 지방선거운동 당시인 지난 5월 여성을 도시개발에 빗대 이같이 말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여성이) 매일 씻고 피트니스도 하고 해서 자기를 다듬지 않냐”며 “도시도 똑같다. 도시도 항상 다듬고 옆집하고도 비교를 해야 한다”고 말해 여성단체들의 거센 비난에 부딪혔다. 그는 같은 달 인터넷 방송에서도 “동성애는 담배 피우는 것보다 훨씬 유해하다. 한번 맛 들이면 끊을 수가 없다”고 말해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시민단체들은 김 후보가 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방문한 친딘중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만나 “한국에 있는 남자하고 결혼하는 베트남 여성들이 아주 많은데 다른 나라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제일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말해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베트남 여성과 ‘매매혼’이 사회적 논란인 상황에서 여성을 상품화한 발언이었다는 것이었다.
모든 국민을 대표해야 할 정치인들이 혐오표현을 조장하거나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혐오는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는 우려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혐오 표현을 지지층을 결집하는 선거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치인의 혐오발언이 논란거리가 되는 시점은 주로 선거철이다. 정치인이 핵심 지지층의 표에만 관심을 둘뿐 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마사지 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기본적으로 (낙태를) 반대하는데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해 여성비하, 장애인비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2017년 대선에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설거지를 (남자가) 어떻게...하늘이 정해놨는데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된다”고 말해 남녀갈등을 부추겼다.
시민단체 ‘지방선거 혐오대응 네트워크’가 지난 지방선거 기간인 5월 31일부터 6월 13일까지 ‘선거후보들의 혐오표현’에 대한 신고를 받은 결과 총 61건이 접수됐다. 접수된 신고 중 80.3%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이었으며 여성, 노동조합, 세월호 유가족, 장애인 등을 향한 차별적 표현이 선거 과정에 등장했다.
사진=뉴시스 |
이런 정치인들의 혐오 표현은 사회갈등을 되레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인의 지지층들이 해당 정치인의 발언을 근거로 혐오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과)는 지난 8월 국가인권위의 ‘선거과정에서의 혐오표현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2014년 재미교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토크콘서트를 들어 ‘말’에서 머물던 혐오가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당시 신씨와 황 전 부대변인의 토크콘서트가 ‘종북’이라는 논란이 일자 고등학교 3학년 오모군이 인화성 물질을 연단에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군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드나들던 회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테러가 발생했지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몇 번의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북한 주민의 처참한 생활상이나 인권침해 등에 대해 눈을 감고 자신들의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의 실세인 양 왜곡, 과장하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종북 세력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당시 새누리당의 기획위원은 오군을 ‘열사’로 비유하기도 했다. 이 같은 테러에 대한 방조는 일베의 혐오표현을 부추겼다. 일베 회원들은 오군을 ‘열사’, ‘의사’라며 모금활동까지 벌였다.
홍 교수는 이를 두고 “특정집단에 대한 증오와 편견이 물리적 폭력으로 나아가고 그런 행동이 사회적으로 정당화되면서 다시 증오와 편견이 강화되고 고착화하는 ‘증오범죄’의 일반적인 확대·발전 경로와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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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의 혐오표현이나 이에 대한 방조에 대해 자신의 지지기반을 뭉치기 위한 일종의 ‘선거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5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선거철에 자극적이고 강력한 워딩(표현)을 쓰는 건 지지층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적 표계산에 따른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설명보다 지지층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한마디로 정의하는 걸 좋은 표현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신자, 칼을 꽂았다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상대방이나 사건을 프레임에 가두는 것도 지지층을 확실하게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전체 국가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당선되기 위한 발언을 내뱉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의 한계로도 꼽힌다”라고도 덧붙였다.
소수자를 향한 정치인의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인권재단 ‘사람’의 정민석 사무처장은 5일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논란이 된 표현에 대해 문제라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사고 자체가 약자를 향해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혐오에 기대 상대를 압박하거나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는 식으로 혐오를 방조하고 있다”며 “정치인은 국민을 대변하며 다양한 시민을 만나는 데도 막상 그들이 가진 다양성에 대해선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