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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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풍요로운 감옥’ 벗어나기는 오직 마음에 달려

1만여년 전 신석기시대 여성들이 꼬챙이로 땅속에 씨앗을 파종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이뤄낸 농업혁명으로 먹을 것이 풍부해지면서 안정된 생활로 이어지자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세상이 빠르게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8세기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전 인류가 보다 윤택한 생활을 하게 됐다.

산업혁명은 물질만능사회로 급진전시켰다. 그러나 그 풍요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켜 인간을 꽁꽁 얽어맸다. 결국 인간에게는 풍요 속에 빈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풍요로움은 더 많은 욕구를 불러오고 그 욕구는 감옥이 됐다.

편리하고 보기 좋은 재화들이 날로 쏟아지고 있다. 그 재화들은 사람의 심리를 충동질한다. 견물생심이라는 말과 같이 소유욕이 발동해 그 속에 묻힌다. 그런 풍요는 자연을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하나의 재화를 만들어내고, 새로 만들어진 재화를 사용하는 가운데 자연자원을 고갈시키고 쓰레기를 양산하며 가스와 매연 비산먼지를 대기 중으로 배출해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면서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인류에게는, 지구생태계에는, 그야말로 풍요로움이 삶을 더욱더 힘들게 한다.

풍요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진 자는 재화에 묻혀 자유를 속박당하고, 재화도 권력도 없는 자는 욕구충족을 위해 또 다른 고통에 빠진다. 철학자 마르쿠제는 풍요로운 감옥에 갇히고 벗어나고는 오직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정규·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