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이력이다. 출생 내력부터 현 상황까지 예사롭지 않은 인물임은 분명하다. 실존 정치인 중 박 전 대통령만큼 애증(愛憎)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는 인물은 드물다. 그런 만큼 한국정치사에 드리고 있는 그의 그림자는 짙고 길다.
◆여의도 강타한 박근혜 신당설...“한국당 당권경쟁서 밀리면 내년 4월 친박신당”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비박당과 친박당으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다, 두고 보세요. 친박당 생긴다"며 "인적 청산을 하면 친박이 나갈 거 아니에요? 그러면 바른미래당에 있는 몇 분들은 비박당으로 갈 거예요"라며 친박신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 의원은 친박신당 시기를 한국당 전당대회를 마친 뒤, 박 전 대통령 구속만기일인 내년 4월쯤으로 예상했다.
친박으로 활동했던 홍문종 의원도 이날 언론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이 풀려나도 "현실적으로 정치에 복귀한다든지 아니면 정치에 무슨 영향력을 끼친다든지 그렇게 하시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2월 전당대회서 잔류파가 당권을 잡지 못할 경우 "그렇게 되면 불행한 사태가 올 수 있다라는 생각을..."이라며 분당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홍 의원은 말을 아꼈지만 신당이 친박일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친박연대는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얼굴을 선거 포스터에 버젓이 등장시키는 선거사상 유례없는 촌극을 연출했지만 대박을 쳤다. 친박연대 포스터 |
최근 정치권 관심사 중 하나는 자유한국당으로 보수가 결집할 것인지, 아니면 갈라설 것인지 여부다. 한국당은 11월 이후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보수의 구심정이 될 기회를 잡았지만 '한 명'을 놓고 이해타산이 달라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명은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이런 가운데 친박근혜 신당설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한국당내 친박성향 의원이 당권을 잡지 못할 경우 21대 총선(2020년 4월)에서 대학살을 당할 것이며 그 전에 탈당, 신당을 만든다는 것이다.
한국당 일부가 친박신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결국 박근혜 마케팅이 통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연 박근혜는 영향력이 있을까, 있다면 그 정도는. 박 의원은 이에 대해 " 3김, 박근혜, 이 네 분은 볼펜만 어떤 지역에 꽂아도 당선돼요. 국회의원 당선시킬 힘이 생겨요"라며 일정부분, 일정지역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8대 총선 직전인 2008년 3월 김무성(가운데) 의원등이 친박무소속연대를 출범, 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뉴시스 |
친박신당 원조는 2008년 18대 대선당시 '친박연대'이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서청원 의원, 홍사덕 전 의원 등이 대놓고 '박근혜'이름을 걸고 만든 정당이다.
"무슨 식당이름도 아니고, 명색이 정당인데 특정인 이름을 내걸 수 있는가"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선관위는 '사용할 수 있다'고 허락했다. 여기에 김무성 등이 '친박무소속연대' 라는 희한한 이름으로 총선에 나섰다.
세계 정당사에서도 보기드문 특정인 이름을 사용했던 '친박연대'는 18대 총선에서 14석(지역구 6석, 비례대표 8석)을 차지했다. 역시 박 전 대통령을 내건 친박무소속연대도 12석을 차지했다.
놀라운 것은 정당 지지율 13%로 한나라당, 통합민주당에 이어 3위에 올라 자유선진당(지역구 14석, 비례대표4석)보다 비례대표를 더 많이 가져갔다.
◆대구 경북 중심으로 아직 박근혜 향수
친박연대 지역구 당선자를 보면 대구3석(서구 홍사덕, 달서갑 박종근, 달서병 조원진), 부산 1석(연제구 박대해), 경기 1석(안양 상록을 홍장표), 경북 1석(경주 김일윤)으로 TK 등 영남에서 강했다.
친박무소속연대는 부산 4석(남을 김무성, 서구 유기준, 수영 유재중, 동래 이진복), 경북 4석(칠곡고령성주 이인기, 구미을 김태환, 의성군위청송 정해걸, 상주 성윤환), 대구 1석(달서을 이해봉), 경남 1석(진주갑 최구식), 인천 1석(서강화을 이경재), 경기1석(용인수지 한선교)으로 역시 영남지역서 강세를 보였다.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 연대 당선자들이 2008년 4월 16일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무소속연대 대표격인 김무성 의원(왼쪽),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왼쪽에서 3번째) 등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지역구에 나섰지만 음으로 양으로 친박연대 선거를 도왔다. 자신의 이름을 마음껏 팔도록 허용했다.
◆엇갈린 전망...“21대 돌풍 가능” vs “아냐, 12년전 돌풍 못 미쳐”
박지원 의원은 "박 전 대통령 광팬들이 있다, 2020년 21대 총선 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면 박근혜당 당선자가 제법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차 타고 한번 빙 돌면, 어떤 특정한 지역(TK 등)은 된다, 현행 선거법으로 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국회의원 20명 이상) 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까지 전망했다.
TK(대구 경북)의 경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도 바미당 간판으로는 21대 총선서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국당이 유리한 가운데 친박신당이 나올 경우 해볼만 하다는 의견이 만만찮다.
반면 30여년 가까이 TK지역에서 활동중인 언론인 A씨는 "동정론도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이 TK에,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오점을 남겼다고 탐탁치 않게 보는 이들도 많다"며 지역구에선 12년전 친박연대 활약상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다만 박 전 대통령 고정팬이 있어 이들과 일부 동정론자들이 정당투표때 친박신당을 택할 순 있다"며 친박신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힘입어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점쳤다.
친박신당 운명은 박 전 대통령이 쥐고 있다. 내년 4월 16일 구속만기로 풀려나 집에서라도 친박신당 관계자들을 만나 주면 신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지만 대법원이 구속만기 이전에 국정농단 확정판결을 하거나 얼마 뒤 선고를 내려 박 전 대통령이 재수감되면 친박신당 사정은 달라질 전망이다. 옥중이라면 친박신당은 마케팅 작전을 다시 짜거나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빠질 공산(公算)이 크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