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경제사를 전공한 경제사학자다. 한국경제에 관한 역사적 연구를 수행하는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조선 후기부터 현대까지 100년에 걸친 통계자료를 일관되게 정리한 ‘한국의 장기통계’ 연구의 책임자로 올해 초 작업이 완성되기까지 꼬박 20년이 걸렸다. 2016년에는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이름을 올리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경제사학자이지만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불평등 전문가가 됐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3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연구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의 소득불평등 현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일제시대와 근현대 한국경제사를 연구했다. 소득통계 분야에서는 ‘굴러온 돌’인 셈이다. 다만 경제사 연구는 자료가 단편적이고 흩어져 있어 자료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 먼저다. 그 습관이 몸에 뱄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는데 소득세 자료와 맞지 않으니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겼는지 자료를 분해해서 내용을 따져보고, 차이를 찾아 수치로 드러낸 것이다.”
김 교수는 2012년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와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자료,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등을 비교분석해 193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추이를 분석했다. “역사적 연구만 해오다 현재 이슈를 다뤄보는 게 어떨까 고민을 하던 중 피케티 논문을 읽었고, 우리나라에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했다”는 김 교수는 “연구지원을 받기 위해 연구재단에 제안서를 2차례나 냈는데 모두 떨어졌다. 결국 개인 연구가 됐다. 당시 지원을 받았으면 더 큰 규모의 연구가 되었을 텐데 아쉽다”며 웃었다. 2014년에는 피케티 연구 방식을 활용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가 소득불평등 정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통계청 조사 결과보다 소득불평등 정도가 더 심하다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했다.
김 교수의 소득불평등 연구는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2012년과 2014년 소득불평등이 심화했다는 김 교수의 연구는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관심을 끌었다. 여당이던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외면’했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중단을 이끌어낸 김 교수는 최근 문재인정부가 가계동향조사를 부활시키면서 여당에는 껄끄러운 인사가 됐고, 야당에는 반가운 인사가 됐다. 김 교수는 “소득불평등 이슈가 정치적으로 민감하다 보니 정치권에서 자꾸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을 하려 한다”며 “불평등 심화는 구조적인 문제이고 지속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정권의 문제라거나 책임이라고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민계정을 활용한 소득불평등 측정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과세자료에만 의거한 소득불평등 측정 방식보다 더 정확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100년 통계가 담긴 한국의 장기통계를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장기통계 자료는 WID에도 업데이트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스토리가 많다. 그 스토리가 데이터로 정리돼 연구가 이어지고, 특히 해외에서 한국학 연구로 활용된다면 우리나라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국가 브랜드도 높아지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자꾸 사용하고 의존해야 통계가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