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経済新聞) 보도에 따르면 일손 부족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 사용이 일반 음식점, 도소매점상점으로 확산하자 이들을 둘러싼 차별, 괴롭힘 등의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외국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남아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관심조차 없어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 우익세력이 도심에서 혐한(嫌韓) 시위를 연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차별주의자는 부끄러움을 알라"고 적힌 종이 등을 들고 맞불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일본 도쿄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남성 A씨(대만인, 27세)는 손님이 음식 값을 내지 않고 도망가 13만엔(약 130만원)을 물어내야 했다.
비싼 음식만을 골라 주문한 일본인 남성은 A씨의 말(일본어)를 못 알아듣는 척하며 일본인 직원이 다른 일에 바쁜 틈을 타 그대로 도주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괴롭힘은 그들을 채용한 사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유학생인 B(23)씨는 손님이 떠난 후 3분 이내에 테이블을 정리했다는 이유로 질책 당했다. 손님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은 B씨에게만 해당할 뿐 일본인 직원은 테이블을 바로 치워도 지적도 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일본어가 서투르다거나 일이 익숙지 않다는 이유로 임금을 차별해 지급 하거나 일을 배워야 한다는 이유로 불법 시간외 근무를 지시하는 등 다양한 차별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어로 대화가 충분히 가능하지만 외국인이라 잘 모를것이라고 단정하고 일부러 괴롭히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도 그 누구도 외국인 근로자를 도와주지 않는다.
◆일본인 30% 외국인 차별했다
차별은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법무성이 지난해 발표한 ‘재일 외국인에 대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일본 시민의 약 30%가 외국인을 “모욕하는 등의 차별적 발언을 한 적 있다”고 답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날로 심화해지자 도쿄 변호사회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변호사회는 2018년 6월 ‘인종 차별 철폐 모델 조례안’을 제안했다. 조례안은 차별 등 부당행위를 당한 사람이 지방 자치 단체에 민원을 제기하고, 이에 따른 조사나 심의를 거쳐 행정 지도 또는 경고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증오 연설이나 처우차별 등 불합리한 대우를 금지하는 것도 포함됐다.
일본은 1995년 유엔 인종 차별 철폐 조약에 가입했다. 도쿄도는 외국인이나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해소를 목표로 현재 차별 방지 조례안을 심의 중이다. 하지만 인종 차별을 종합적으로 규제하는 제도는 전무한 실정이다.
도쿄 변호사회 소속 시티 유어 법률 사무소 김철민 변호사는 “2000년 이후 인터넷 등에서 차별적인 언동이 확산해 외국인 차별에 대한 시민의식이 낮아졌다”며 “증오연설 규제에 그치지 않고 차별에 대응하는 포괄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