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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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J “英, 브렉시트 번복 가능”

스코틀랜드법원 의뢰에 유권해석/국민투표 재실시 요구 확산 예상/환경장관 “정부 의도 바뀌지 않아”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영국이 EU 탈퇴(브렉시트)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EU와 맺은 최종 합의안의 의회 비준을 앞두고 테리사 메이(사진) 총리를 성토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결정이 나오면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내홍이 한층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ECJ는 10일(현지시간) 판결문을 통해 “영국은 EU에서 탈퇴하겠다고 한 통보를 일방적으로 번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6년 6월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이후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스코틀랜드 의회 의원들이 ‘영국이 브렉시트 결정을 번복할 권리가 있는지’ 법원에 물었고, 스코틀랜드 법원은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ECJ에 의뢰했다.

ECJ는 이에 지난달 27일부터 심리를 시작했고,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속전속결로 심리를 진행해 이같이 결정했다.

영국이 EU와 브렉시트 최종 합의문을 도출한 상태에서 이번 결정 전까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의회가 11일 합의문을 비준해 영국이 내년 3월29일 질서 있게 탈퇴하거나, 비준 동의를 거부해 ‘노딜’ 상태로 EU를 탈퇴하는 방법 두 가지였다. 하지만 ECJ의 결정이 나오면서 영국 내에서 브렉시트에 관한 국민투표 재실시를 요구하는 주장이 확산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스코틀랜드 의원들은 그간 만약 ECJ에서 영국이 일방적으로 브렉시트를 번복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는다면 국민투표 재실시도 의회가 선택할 또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ECJ 결정의 파장을 감안해 영국 정부가 합의문 비준을 위한 의회표결을 연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은 “의회에서 표결은 진행될 것이고, (이번 판결로) EU를 떠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