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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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두산 감독 "양의지, 1선발 빠져나간 것과 같아"

"양의지는 내게 특별한 선수…NC에서 잘하길"
김태형(51) 두산 베어스 감독은 배터리코치 시절부터 고등학생이던 양의지(31)를 눈여겨봤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양의지를 뽑으라고 구단에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도 김 감독이었다. 신인이던 양의지를 1군 스프링캠프에 데려갈 정도로 자질을 높이 사고 예뻐했다.

그렇게 김 감독이 코치 시절부터 애지중지 키운 양의지는 끝내 둥지를 떠났다. 양의지는 11일 NC 다이노스와 4년 125억원의 거액에 FA 계약을 맺었다.

김 감독은 1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18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프로의 세계란 거 그런 거다. 자기 가치를 인정해주는 팀에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쿨하게 말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쿨할 수는 없었다.

김 감독은 "(양)의지는 다른 선수들보다 특별하다. 신인 때 스카우트팀이 광주진흥고에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고 해서 직접 봤던 선수다. 그때 내가 '저 선수 괜찮다, 완전 베테랑 같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봐서 그런지 다른 선수보다 조금 각별하다"고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아침에 휴대전화 발신자 이름에 양의지가 뜬 걸 보고 이적을 직감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 팀으로 결정이 났으면 사전에 보고를 받았을 텐데, 양의지 이름이 뜨길래 알겠더라"고 했다.

김 감독은 "양의지가 전화로 죄송하다고 해서 프로가 죄송할 게 뭐가 있냐고 얘기해줬다. 가서 잘하라고 말해줬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한 두산은 내년 시즌을 앞두고 주전 포수이자 중심 타자를 잃었다.

김 감독은 "어떤 선수가 빠져나가면 5승, 7승 빠져나갔다. 이런 식으로 계산한다. 양의지 이탈은 1선발 정도가 빠져나간 것"이라고 짚었다.

김 감독은 "하지만 양의지가 없다고 해서 다음 시즌 우승 못 하면 어쩌나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남은 선수들 최대한 기량 끌어올리는 게 나와 코치들이 할 일이다.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백업 포수인) 박세혁은 어느 정도 연차가 있다. 이흥련도 마찬가지다. 양의지의 빈자리가 분명히 느껴지긴 하겠지만, 나머지 선수들로 충분히 채울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김현수(LG), 민병헌(롯데)에 이어 양의지까지 놓쳤다고 저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사실 감독 부임 첫해(2015년) 장원준이라는 정말 큰 선물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팀이 붙었는데 구단주가 감독 선물로 잡아주셔서 2년 동안 우승을 할 수 있었다. 또 김재호, 오재원까지 계속 잡았다. 우리 팀이 양의지를 안 잡으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라고 구단에 섭섭함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