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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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불신임 위기 넘겼지만 … 더 험난해진 브렉시트

집권 보수당 대표 신임투표서 찬성 200표·반대 117표 / 메이 “브렉시트 매듭… 총선 전 사임” / 3분의 1 이상 반대 리더십 상처 / 의회 승인 투표 내달 열릴 듯 / 안전장치 등 재협상에 EU 난색 / 합의안 수정 실패 때는 비준 암운 /‘노딜’ 대혼란·국민투표 가능성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불신임’ 위기는 간신히 넘겼지만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음에 따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의 앞길도 더욱 험난해질 전망이다.
신임투표 승리 후 성명 발표하는 메이 英총리
BBC방송 등 영국 언론은 13일(현지시간)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한 승인 투표가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언론에 따르면 앤드리아 레드섬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가 이날 공개한 다음 주 처리 안건에 브렉시트 승인투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하원이 크리스마스 휴회기에 들어가는 만큼 브렉시트 승인투표는 결국 내년 1월에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여당인 보수당은 전날인 12일 오후 메이 총리에 대한 당대표 신임 투표를 단행했다. 투표결과 신임 200표, 불신임 117표로 메이 총리가 쫓겨나는 상황은 모면했지만 3분의 1이 넘는 의원이 반란표를 던져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났다. 그는 투표 직전 “브렉시트를 마무리하고, 다음 총선인 2022년 이전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불신임 투표가 이뤄진 것은 메이 총리가 EU측과 협상해 도출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애초 11일 합의안에 대한 의회 비준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0일 “현시점에서는 큰 표차로 부결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연기했다.

반대파들이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안전장치’다. 영국과 EU의 합의안에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안전장치가 ‘일시적’이라는 것을 EU가 확약하도록 수정하자는 게 반대파들의 요구다. 안전장치가 일단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와 관련된 문제만 해결하면 브렉시트 합의안이 자국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EU 측은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합의안 수정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13∼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가 메이 총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설득’ 기회라는 관측이 나온다. 메이 총리는 지난 11일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을 잇달아 만났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수정하는 데 실패하면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영국과 EU가 아무런 합의 없이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 상황을 맞게 돼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을 다시 묻는 ‘제2 국민투표’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찬성보다 반대가 많아 브렉시트 자체가 백지화할 수도 있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