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35·여)씨는 출산 막달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 60년 만에 찾아오는 내년 황금돼지띠에 맞춰 출산을 계획하고 있지만 최근 산부인과 진단에서 아이가 역아, 즉 뱃속에서 머리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제왕절개 수술 대신 자연분만을 하려고 했지만, 역아 상태에서 자연분만을 하면 아이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들이 많아 신경이 쓰인다.
임신 초기에서 중기까지 뱃속에서 여러 자세를 취하던 태아는 출산을 앞두고 머리를 골반 쪽으로 향하고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마친다. 그러나 일부 태아는 출산 직전까지 머리를 위로 향하는 ‘역아(둔위)’ 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역아 상태에서 자연분만을 하면 난산을 겪기 쉽고 태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개 제왕절개 수술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자연분만을 선호하는 산모들이 많아지면서 역아 태아를 자연분만으로 유도하는 ‘역아외회전술(External Cephalic Vers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태아의 자세를 교정하는 역아외회전술은 안전성과 성공률이 비교적 높아 제왕절개 수술의 대안으로도 여겨진다. 임신부들의 관심을 끄는 역아외회전술의 대상과 시술 방법,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살펴봤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초음파검사로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산모의 복부를 손으로 만지며 태아의 위치를 바꾸는 역아외회전술을 시행하고 있다. 산모나 태아의 상태에 따라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시술이 어려운 만큼 숙련된 전문의의 진단이 필수다. 강남차병원 제공 |
◆ 거꾸로 선 태아 위치 교정해 자연분만으로 유도
역아는 출산을 앞둔 임산부 중 약 3~4%가 경험한다. 원인으로는 양수의 과다 혹은 과소증, 자궁이완, 자궁기형 등이 꼽히지만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역아는 대부분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분만하게 된다. 역아 상태에서 자연분만을 할 경우 출산 시 태아의 머리나 탯줄이 산도에 끼어 저산소증 등에 노출되기 쉽고, 산모 또한 난산으로 인한 주 산기 질환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왕절개에 따른 합병증이나 항생제 부작용, 흉터가 잘 없어지지 않는 켈로이드 체질 등으로 역아라 하더라도 자연분만을 하고자 하는 산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만큼 역아 태아를 원래 위치로 돌려 자연분만을 유도하는 역아외회전술을 고려하는 산모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역아외회전술은 초음파검사로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산모의 복부를 손으로 만지며 태아의 위치를 교정하는 시술법이다. 차의과학대 강남차병원역아외회전술 클리닉 김수현 교수는 “한 손으로는 태아의 머리를 아래 방향으로 밀고 다른 손으로는 태아의 엉덩이를 위로 밀어 올리면서 태아가 정상위치로 돌아가도록 돕는다. 시술 시간은 약 5~10분 정도로 짧다. 한 번의 시술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 1~2시간 간격을 두고 총 2~3회를 반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모·태아 대한 정확인 진단 필수, 자궁 수술 등 이력 있을 경우 시행 불가
역아외회전술을 통해 아이가 정상 태위로 돌아가는 성공률은 약 60%에 이른다. 한 번 제 위치로 돌아온 태아가 다시 역아로 돌아가는 경우는 많지 않아 자연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역아외회전술을 모든 역아 산모들에게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궁수술을 한 경험이 있거나 전치태반, 자궁기형 등의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역아외회전술을 통한 자연분만이 불가능하다. 그 외에도 다태아(쌍둥이 등)나 태아의 안전이 의심될 경우에도 역아외회전술을 시행할 수 없다.
역아외회전술은 안전성이 높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드물게 자궁 수축이나 조기태반박리, 출혈, 조산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 만큼 역아외회전술을 고려할 때에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역아외회전술의 안전성과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전에 산모와 태아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검진이 보장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