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이언스프리즘] 수소차 시대 열리나

클린 에너지 연료 써 각광 받지만/싼 수소 얻으려면 CO₂ 배출 늘어/경쟁 상대 전기차는 발생 안해/기술보다 접근성서 승패 갈릴 듯
최근 현대자동차가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이하 수소차)에 앞으로 10년간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솔린차는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것에 비해 수소차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지구 온난화와 매연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 운송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가솔린차는 석유를 태우면서 얻어지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반면 수소차는 수소를 태우면서 생기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둘 다 공기 중의 산소를 통해 태우는 것은 같지만, 가솔린차는 부산물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것과 달리 수소차는 부산물이 물이다. 이로 인해 수소는 클린 에너지 연료로 대접받고 있다.

박영준 전 서울대 교수 더포스 컨설팅 자문위원
문제는 수소가 독립된 형태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데 있다. 수소는 가장 간단한 원자 구조인 플러스(+) 전하를 가진 핵과 마이너스(-) 전하를 띤 전자 하나로 구성돼 있다. 가장 가벼우면서도 우주에 가장 많이 존재하며 태양의 에너지원이 되고 있지만 지구상에서는 다른 원자와 결합해 존재한다. 특히 수소는 탄소와 결합해 존재하는데 이는 탄화수소 혹은 탄수화물의 형태를 띤다. 가솔린차는 탄소와 결합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고, 동물 역시 탄수화물의 수소와 호흡으로 얻어진 산소를 결합시켜서 에너지를 얻는다. 이러한 면에서 탄수화물은 수소 운반매체라고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수소는 갈색(Brown)수소와 녹색(Green)수소로 구분된다. 그중 탄수화물에서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도 해 이런 수소를 갈색수소라고 한다. 또 지구상 가장 큰 수소 저장소는 물로, 분자식 H₂O에서 보듯 수소를 떼어내면 산소가 남는데 이 물에서 수소를 떼어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필요한 에너지를 클린에너지인 솔라셀이나 바람과 조류에서 얻는 경우 이를 녹색수소라고 한다.

수소차의 핵심부품인 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시켜 천천히 수소를 태우는 곳이다. 태운다는 것은 수소 전자가 산소 전자와 결합하면서 물이 되는 과정으로, 연료전지는 높은 에너지가 있는 수소의 전자를 떼어 내 아노드 전극(H+)을 만들고, 전자는 전기선으로 H+는 전지의 전해질을 통해 이동시킨 다음 다른 쪽 전극에서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시켜 물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전기선으로 흐르는 전자 에너지를 이용해 모터를 돌리는 것이 수소차의 원리다.

그러면 공기를 정화시켜 사용하기에 ‘달리는 공기정화장치’로도 볼 수 있는 수소차가 빠르게 상용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연료인 수소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고 비싸다는 것이다. 더 큰 역설은 싼 수소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소를 얻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충전소에 공급하고 고압으로 충전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돈이 든다는 점이다. 수소 충전소는 자동차 메카로 불리는 미국에도 40곳 정도가 있을 뿐이며, 한국은 10곳 남짓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수소차의 보급을 가로막는 것은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기차이다. 배터리 전기차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수소차 역시 전기차로서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가솔린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돌려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배터리 전기차는 가정용 전기를 사용하거나 전기 생산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전기나 친환경 전기를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충전이 쉽다.

인류 역사상 두 기술이 동시에 시장에서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이미 자취를 감추었지만 1970년대에 영상을 저장하는 비디오테이프 표준 경쟁에서 소니의 베타맥스 방식이 마쓰시타의 비디오 홈 시스템(VHS) 방식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졌다. 기술에서는 베타맥스가 우수했지만 많은 회사에서 기술 접근이 쉬운 VHS를 채택함으로써 가격이 싸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수소차와 배터리 전기차는 기술보다는 접근이 쉬운 쪽에서 승부가 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만약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차가 동시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두 개의 기술이 동시에 성공한 첫 사례가 될 것이다.

박영준 전 서울대 교수 더포스 컨설팅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