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의 성과는 눈부시다. 40년 만에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60배가량 뛰었다. 중국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로, 1978년에 비해 13.2%포인트 상승했다. 1억6700만달러에 불과하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3조1399억달러로 늘었다. 억만장자 숫자도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8억명에 육박하던 빈곤인구는 3000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평균 수명은 65.9세에서 76.5세로 10세 이상 늘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이 먹혀든 결과다. 중국은 2010년 경제 규모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뛰어올랐다.
원재연 논설위원 |
새로운 강대국이 출현하면 기존 강대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미·중의 갈등과 대립은 한층 격화하고 있다. 남중국해 등에서의 해양패권 경쟁이나 무역전쟁이 대표적이다. 북핵 해법을 둘러싸고도 양국은 서로 으르렁거린다. 미·중이 글로벌 패권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다.
중국이 세계 제1의 강대국을 지향하는 것은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을 마냥 좋게만 보기는 어렵다. 커진 덩치에 어울리는 여유와 포용, 아량 같은 덕목을 갖출 법도 하지만 중국의 행보는 반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이 대표적이다. 아시아 나라들과는 크고 작은 영토 분쟁을 벌인다. 우리나라에서 반도체와 정보기술(IT) 핵심 인력 빼가기도 서슴지 않는다.
시진핑은 개혁·개방 40주년인 그제 “중국의 발전은 어떤 국가에도 위협을 주지 않을 것이며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나라의 내정 간섭과 강자라고 믿고 약자를 깔보는 것을 반대한다”며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시장 개혁을 요구하는 데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중국은 과거에도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말을 숱하게 했지만 주변국들은 곧이듣지 않는다. 중국은 이번 기회에 그 이유를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위상 강화는 우리 경제·안보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다. 북핵 문제에서도 긴밀히 관련돼 있다. 중국이 달라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우리가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대중 무역 의존도를 낮출 방법은 없는지를 비롯한 대응전략을 총점검해야 한다.
원재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