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신여정(33·여)씨는 최근 인터넷으로 TV를 주문했다. 카드사 할인 등 할인혜택과 적립금 등을 활용해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했고, 주문 이틀 만에 설치까지 끝났다. 신씨는 한 달 평균 온라인쇼핑에 80만∼90만원 정도를 사용한다. ‘1인가구’이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에 갈 일이라곤 가끔 동네 마트에서 과일을 사는 정도가 전부다. 식음료나 생필품은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해 주문한다. 자주 구매하는 물건은 카테고리에 담아 두고 클릭 몇 번이면 주문할 수 있고, 퇴근시간에 맞춰 배송시간도 정할 수 있어 마트를 찾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 한 달에 한두 번씩은 화장품과 옷을 주문하고, 고양이를 위한 사료와 모래도 매달 집으로 배달된다. 소비 대부분이 온라인쇼핑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신씨는 “직장생활로 쇼핑할 시간을 따로 내는 것이 어렵고, 혼자 지내다 보니 온라인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그때그때 조금씩만 살 수 있어서 좋다. 가격도 오프라인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이용해 월평균 3회, 9만원 사용
월간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지난 10월,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넘어섰다. 10월 국내 전체 소매판매액 40조2800억원의 4분의 1에 달하는 액수다. 이른 추위의 영향으로 온라인쇼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복 판매량이 전년 대비 38.5%나 크게 늘었고, 음·식료품(49.8%), 가전·전자·통신기기(38.2%), 화장품(38.6%) 판매도 급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90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늘었다. 10월의 경우 추석연휴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년 대비 36.0%나 늘었다. 지난해 91조3000억원에 달한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올해 100조원을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와 통계 작성 방식은 다르지만 온라인쇼핑 거래액 통계를 시작한 2001년 매출 3조3000억원과 단순 비교하면 17년 만에 30배가 넘게 시장이 커진 셈이다.
온라인쇼핑은 생활은 한 부분이 된 지 오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17년 인터넷이용실태’에 따르면 만 12세 이상 인터넷이용자의 59.6%가 최근 1년 이내 온라인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2.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1주일∼1개월 이내에 온라인쇼핑을 했다는 응답이 29.0%로 가장 많았고, 24시간에서 1주일 사이라는 응답이 25.5%로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91.5%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88.1%, 40대가 67.8%에 달했다. 50대는 36.3%로 전년 대비 5.1%포인트나 크게 늘었고, 60대와 70대도 각각 14.3%, 7.6%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온라인쇼핑 이용자의 절반 가까이는 적어도 한 달에 3회 이상 온라인쇼핑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지출 비용은 9만718원이었다. 온라인쇼핑 결제방법은 신용카드가 79.1%로 가장 많았다. 특히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모바일쇼핑 거래액 비중도 올해 들어 꾸준히 60%대 이상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시장 급성장 이면엔 오프라인시장 침체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6.7% 증가했다. 온라인 업체의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8.3%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업체는 3.6% 감소했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14.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연휴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온라인시장의 상승세와 오프라인시장의 침체는 연도별로 보면 차이가 더 확연하다.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은 66.1%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줄고 매출 증가율은 3.0%에 그쳤다. 반면 온라인 업체의 경우 매출 비중이 33.9%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늘고, 매출 증가율은 13.2%로 오프라인 업체의 4배를 훌쩍 넘겼다. 대형마트 매출이 전년 대비 0.1% 감소했고, 백화점은 1.4%, 대형슈퍼마켓(SSM)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편의점에서의 매출이 10.9% 늘어난 것이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오프라인 업체가 온라인쇼핑몰을 병행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온·오프라인 병행몰은 3만3128개로 전년 동월 대비 29.1%(7461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영세 자영업자 등은 종합 온라인쇼핑몰 등에 밀려 온라인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디지털시대에 당연한 흐름이고, 온·오프라인 경계가 없어지는 ‘옴니채널 쇼핑’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중소상인이나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일요일 휴무제나 출점 규제 등을 실시했지만 온라인시장과 편의점만 커지는 규제 역설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