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노래… 마음에 위안을 얻다 [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16) 크로아티아 트로기르&프리모슈텐 &쉬베닉 &자다르

크로아티아 휴양도시 스플리트를 떠나 아드리아해의 푸른 햇살을 받으며 30여분을 달려 트로기르에 도착했다. 해가 기울어지면서 짙어지는 푸르름과 보랏빛이 어우러진 하늘이 트로기르의 고풍스러운 도시와 너무나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도시 앞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고대의 도시 안으로 들어선다.

트로기르의 거리는 헬레니즘 시대부터 조성됐다. 잘 정돈된 정착촌은 통치자들이 세운 공공건물과 주거용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요새처럼 꾸며져 있다. 노을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서둘러 호텔로 향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다시 대성당 앞으로 나섰다. 로마와 고딕 양식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트로기르 대성당 앞에서 야외음악회를 즐기기 위해서다. 낯선 관광객을 환영하듯 아름다운 선율이 크로아티아의 밤하늘을 수놓는다.

헬레니즘 시대부터 조성된 트로기르는 통치자들이 세운 공공건물과 주거용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요새처럼 꾸며져 있다.

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트로기르 대성당 앞 야외음악회를 즐기고 있다.

트로기르의 밤은 음악에 젖어 있다. 대성당 앞 콘서트는 연주자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고 아드리아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어우러져 마음에 안식을 준다. 꿈결 같은 분위기를 안고 호텔로 돌아와 숙면을 취한 후 한결 가볍고 활기찬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콘서트가 열렸던 대성당 앞에 서니 아침햇살을 받고 서 있는 대성당은 전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로마와 고딕 양식 예술작인 트로기르 대성당은 역사적 가치도 충분하지만 시민과 함께한 야외음악회 배경으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도시 전체도 1997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 역사도시로 선정됐다. 낯선 관광객을 환영하듯 아름다운 선율로 크로아티아 밤을 수놓았던 트로기르를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인 프리모슈텐으로 향한다.

프리모슈텐은 크로아티아어로 ‘다리’를 뜻하는 동사인 ‘프리모스티티’에서 유래한 이름의 마을이다.

트로기르에서 30여분을 차로 달리면 프리모슈텐에 도착한다. 1542년 오스만제국 지배 시기 크로아티아 본토를 연결하는 다리가 건설됐고 작은 섬들 안에 요새와 탑이 건립됐다. 오스만 제국이 철수한 이후 다리는 둑으로 대체됐다. 1564년에 크로아티아어로 ‘다리’를 뜻하는 동사인 ‘프리모스티티’에서 유래한 이름의 마을이 생겼다. 해변으로 유명한 곳이며 매년 여름 당나귀 경주 대회가 열린다. 대회를 알리는 재미있는 깃발들이 마을 입구에 걸려 있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거리는 조용하지만 벌써 해변에는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해가 뜨거워지기 전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즐기는 듯하다.

지긋한 나이의 할아버지가 신문을 읽다가 지그시 눈을 감고 바닷바람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작은 골목을 걸으며 인구 3000명이 되지 않은 동화 속 마을을 지나 쉬베닉를 향해 떠난다. 

프리모슈텐 해변에서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 해가 뜨거워지기 전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즐기는 등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쉬베닉은 요트의 천국으로도 불리는데 각양각색의 화려한 요트들이 있다. 세계 각국의 국기를 달고 해안가에 정박해 있다.

프리모슈텐을 떠나 다시 30여분을 달리면 쉬베닉에 도착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성 야고보 대성당이 있다. 요트의 천국으로도 불리는데, 각양각색의 화려한 요트들이 반긴다. 세계 각국의 국기를 달고 해안가에 정박해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요트를 정비하기도 한다. 차로 여행을 즐기는 기쁨도 크겠지만 ‘요트로 다니면 어떤 느낌일까?’하는 궁금증이 문득 들었다. 서로 다른 정박지에서 만나 헤어지고 다시 우연히 만나 반가워하는 것을 보니 또 다른 형태의 여행이 부럽기만 하다.

차 한 잔을 하며 정박해 있는 요트들을 바라보다 대리석으로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 성 야고보 대성당을 방문했다. 유난히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성당은 다양한 인물의 두상들이 외벽을 따라 이어져 있다. 15세기 성당을 지을 당시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71개의 두상은 다양한 표정으로 관광객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들이 가득한 성당을 둘러보고는 다시 길을 나선다.

쉬베닉성 야고보 대성당은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졌다. 성당을 지을 당시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다양한 두상들이 외벽을 따라 이어져 있다.

다음으로 방문한 도시 자다르는 쉬베닉으로부터 80㎞ 떨어져 있다. 고대 로마 식민지가 되기 이전 일리리아인이 세운 도시라고 한다. 중세에는 슬라브족의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비잔티움 제국령으로 귀속됐다가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뒤인 1947년 유고슬라비아령이 됐고, 1991년 크로아티아 독립전쟁에서는 세르비아군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자다르는 역사적으로 고대 로마 식민지가 되기 전 일리리아인이 세운 도시다.

역사의 부침과 달리 건물의 차양에 비치는 도시의 색감은 강렬한 푸른 바다를 나타내는 듯하고 소나무와 올리브 나무의 농담이 어우러져 있다. 다른 도시와 달리 특별하고 독특하게 맞아주는 해안가의 음악이 감상에 젖어들게 한다. 바다 오르간 소리다. 바다 오르간은 바닷가 바닥에 뚫은 관을 통해 파도가 밀어낸 공기가 소리를 내는 시스템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성당과 십자교회 역시 낯선 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바다 오르간이 선사하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바닷가에 앉아 파도가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저마다 낭만에 젖는다. 한낮의 태양 아래 들리는 바다의 노래는 여행의 피로를 한순간에 씻겨낸다.

바다 오르간 소리를 뒤로하고 리예카에 도착했다. 아드리아해에 딸린 크바르네르만과 접한 항구도시다. 아드리아해와 내륙을 연결하는 항구로 이탈리아인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거리에서 이탈리아어가 많이 들린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격전지였고 전쟁 후 항구시설이 확충돼 유고슬라비아 시절 가장 중요한 항구로 성장했고, 현재도 크로아티아 최대 무역항이다. 목적지인 풀라를 가기 위해 들른 도시로 바쁜 걸음 가운데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세 시간 운전으로 지쳐 있어 카페에 앉아 한잔의 커피로 휴식을 취한다. 그나마 해가 길어 다행이다. 해변을 따라 달라지는 풍경과 아름다운 도시 모습으로 하루가 가득 찬 여정이다. 이른 아침부터 리예카까지 많은 여정을 뒤로하고 풀라로 향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