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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외국인노동자의 가족생활

기사입력 2019-01-02 21:16:55
기사수정 2019-01-02 21: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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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17일부터 시행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15돌을 맞이한다. 제도 시행 초기 외국인노동자는 최장 3년간 체류할 수 있었다. 재취업자가 처음 발생한 2007년 사업주와 재취업 계약을 체결한 외국인노동자들은 본국으로 1개월간 출국했다가 재입국해 체류기간 3년을 새로 부여받았다.


‘사업주 친화적’ 정책을 강조한 이명박정부는 2009년 체류기간 만료 후 의무 출국조항을 삭제하고, 사업주의 신청이 있는 경우 추가로 1년 8개월 동안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외국인노동자는 최장 4년 10개월 동안 취업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정부는 2011년 ‘성실 근로자 재입국취업 제도’와 ‘특별한국어시험 재입국제도’를 통해, 외국인노동자가 출국 3개월 후 재입국해 다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2011년 이후 외국인노동자는 최장 9년 8개월 동안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다.
 
‘사업주 친화적’ 정책을 명분으로 최장 체류기간을 3년에서 9년 8개월로 늘렸음에도, 외국인노동자의 가족동반 규정은 바뀌지 않았다. 정부는 외국인 전문직 종사자나 유학생 등에게는 ‘동반’ 사증을 발급하지만, 고용허가제를 통한 저숙련 외국인노동자에게는 ‘동반’사증을 발급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그렇게 하는 근거로 ‘외국인노동자의 국내 정주화 방지’를 제시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노동자의 가족동반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혼 외국인노동자는 배우자나 자녀와 떨어져 따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 만족도 조사연구’(2015)에 따르면, 응답자의 55.4%가 배우자가 있었다. 그러나 배우자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5.2%에 불과했다. 기혼 외국인노동자는 배우자나 자녀와 장기간 떨어져 생활할 수밖에 없다. 배우자가 있는 외국인노동자의 57.3%는 출신국의 가족과 스마트폰으로 ‘거의 매일’ 연락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는 한국에서 단신으로 취업하고 있지만, 가족과의 빈번한 소통을 통해 가족 관계를 근근이 유지해나가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일본 정부는 2018년 12월 ‘특정기능1호’와 ‘특정기능2호’라는 두 단계의 체류자격을 신설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외국인노동자 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특정기능1호’는 한국의 고용허가제와 유사하게 최장 5년간 체류기간을 보장하고, 가족동반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일정 기간 취업하고 기능시험에 합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정기능2호’는 가족동반과 장기체류를 허용한다. 우수한 외국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외국인력정책의 방향을 바꿨다.

‘외국인재 확보 경쟁 시대’에 일본의 정책 전환은 고용허가제의 ‘가족동반 금지 규정’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가족 생활권리’를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장기체류 외국인노동자의 가족동반권리를 제한하는 근거가 ‘국가안전 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9년 8개월 동안 단신으로 취업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에게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 침해’가 발생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업주 친화적’이면서 동시에 ‘인권 친화적’인 제도로, 외국인노동자 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