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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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최고임금 vs 최저임금은 최저임금 [일상톡톡 플러스]

"30년동안 최저임금, 가족이 아닌 가축처럼 생각했네"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JTBC '신년특집 대토론'에서 최저임금 관련 '사이다' 발언으로 좌중을 폭소케 했다.
방송 화면 갈무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2일 최근 일부 언론 등이 제기하는 경제위기론에 대해 "보수 기득권층의 이념동맹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이명박·박근혜 시절로 똑같이 돌려놓기 위한 작업이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유 이사장은 이날 JTBC '2019년 한국 어디로 가나' 토론회에 출연해 이 같은 견해를 밝히고 "시민들이 오염된 보도에 현혹되지 말고, 경제 불황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조금 더 차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금 보수정당, 보수언론,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신문, 대기업을 광고주로 하는 언론의 경제면 기사에서 퍼뜨리는 경제위기론은 기존 기득권층 이익을 해치거나 혹시 해칠지 모르는 정책을 막아버리려는 시도"라고 꼬집었습니다.

유 이사장은 토론회 도중 주류 언론의 경제 기사에 대해 깊은 불신을 거듭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경제신문 기사와 일반 언론의 경제면 기사, 이 경제 담론을 주도하는 분들이 다 그것이 옳지 않지만, 자신의 이익 때문에 거짓말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전제했습니다.

이어 "그분들이 만나는 사람, 삶의 터전, 공부한 것, 주고받는 정보가 편향돼 있어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라며 "그런 보도 때문에 중위소득 이하 계층의 시민 삶을 개선하려는 모든 시도가 좌절된다면, 경제 측면에서는 정권 교체가 무의미한 것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일례로 "신문에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30년 동안 함께 일해온 직원을 눈물을 머금고 해고했다는 기사를 보고 내가 눈물이 나더라"며 "어떻게 30년 동안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느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30년 동안 회사를 위해 일한 직원에게 최저임금만 줘왔던 사장을 논리적으로 비꼰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방청객이 한 차례 웃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현 시대의 수많은 노동자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유 이사장의 이른바 '사이다' 발언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최저임금이 낮은 단계에서는 다 수용하지만,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처럼 되는 순간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유 이사장도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이라며 "그 이상 주라는 것이지 거기까지만 주라는 게 아니다"라며 맞섰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최근 기업 정서를 고려하면 30년 동안 직원을 고용한 것 자체가 칭찬받을 일이라는 '웃픈(웃기고 슬픈)'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유시민 "최저임금 이상 주라는 것, 거기까지만 주라는 게 아냐"

유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만성적인 불황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내수 부진이고, 중산층이 빈약하기 때문"이라며 "보수언론 등은 시장소득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 국민 경제의 건강성을 회복하려는 정책을 좌파 정책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와 방향을 바꾼다고 해도 효과를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겠다는 암울한 생각이 든다"며 "우리가 처한 일자리 등의 위기가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유 이사장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기업이 성장하고 수출이 늘지만, 일자리가 절반 밖에 안 생기고 기업 사내유보는 엄청 커지고 민간 가계 안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내부 소득 분배 문제로 시민들이 살기 팍팍하다고 느껴 이를 바로잡아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저임금 산정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주휴수당제를 없애고, 대신 최저임금을 16% 정도 인상하면 된다"며 "주휴수당을 포함해 새로 부담이 느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유 이사장은 노무현재단 차원에서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해 팟캐스트 '유시민의 알릴레오' 유튜브 방송을 통해 "사실에 따라 합리적 추론으로 삶과 정책의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력한 與 차기 대권주자? 유 이사장 지지율 급부상

한편 새해 들어 여권의 차기 대권구도가 새롭게 짜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3년 4개월이나 남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기점으로 대권 시계가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권 차기 주자 및 구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잠재적 경쟁자'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기주자군의 중심을 이뤘는데요.

각종 스캔들과 잇단 구설로 차기주자군이 타격을 입는 사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경수 경남지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여권 차기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 여의도 정치와 거리가 있는 '장외주자'들도 잠룡으로 떠오르는 있는 형국입니다. 여권의 차기 주자군이 두터워져 구도 역시 복잡한 모양새를 띄고 있습니다.

이가운데 단연 두드러져 보이는 대목은 유 이사장의 급부상입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식에서 공직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정계로 돌아올 의사가 없음을 수차례 내비쳤지만,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팟캐스트 방송 출연 등 유력 주자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재단 행사에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여론조사할 때 (후보군에) 넣지 말라는 본인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는 안내문을 (언론사에) 보내달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공문을 보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통 친노(친노무현)로서 여권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고 있는 데다, 방송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입담으로 얻은 대중적 인기는 그의 정치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향후 추이 등을 지켜봐야겠지만 차기 주자로서의 유 이사장 지지율이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현실정치에 상당한 영향 줄 듯

신년 여론조사를 보면 실제 이 총리와 박 시장, 유 이사장 등이 중심이 된 여권 차기 대권구도의 새 판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는데요.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달 26∼2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범여권 차기주자로 이 총리가 15.0%, 유 이사장이 14.0%로 선두를 다퉜습니다. 박 시장은 10.7%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정권 재창출을 지지하는 범여권 지지층을 대상으로만 조사했을 때도 이 총리(20.6%)와 유 이사장(17.8%), 박 시장(16.0%)이 두 자릿수 지지율로 1∼3위를 차지하며 선두그룹을 형성했습니다.

코리아리서치센터가 MBC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성인 1009명을 상대로 여권과 야권을 나누지 않고 차기주자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한 결과에서는 유 이사장이 10.5%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습니다.

새해 들어 당분간 이 총리와 박 시장, 유 이사장이 주도하는 여권 차기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대선이 아직 3년 이상 남은 만큼 현재의 차기구도가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나오는 조사 결과는 시류에 따른 '인기투표' 결과 정도일 수 있다"며 "실제 차기주자가 결정되기까지는 현재의 조사 결과를 결정한 인지도와 이미지 외 다양한 요소가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 이사장의 행보는 어느 정도 정치적인 의미로 비춰진다"며 "본인이 대선에 출마하건 그렇지 않건 현실 정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노무현재단 이사장 신분으로 팟캐스트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정치 현안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소신 발언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 방송 등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게 견해를 밝혔던 시절과 달리 이번엔 일정 부분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지 않냐는 것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