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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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간 진행된 해수 온도 상승은 1초마다 원자폭탄 폭발한 셈"

지난 약 150년 동안 해수온도를 상승시킨 에너지는 같은 기간 초당 원자폭탄 1개를 터뜨린 것과 맞먹는 규모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산업화 등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영향력이 그만큼 파괴적이었다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따뜻해진 바닷물이 해수면 상승, 강력한 허리케인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미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1871년부터 현재까지 히로시마 원자폭탄 1.5개가 매초 터지는 만큼의 에너지가 바닷물에 흡수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그간 해수에 집적된 열에너지는 1950년부터 측정이 가능했지만 연구진은 이 시기를 19세기 중반까지 앞당겼다. 보고서는 “과거의 해수 온도를 측정하는 건 향후 기후변화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데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이 만들어 낸 각종 온실가스의 90%는 바다에 흡수되고 남은 일부만 기온을 올리고, 빙하를 녹이는 데 쓰인다. 연구진이 1871년부터 해수 온도를 측정한 결과 바닷물에 흡수되는 온실가스가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현재는 초당 3~6개의 원자폭탄이 터질 때 생기는 열에너지가 해수에 축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로르 잔나 옥스퍼드대 교수는 “공포심을 덜 유발하기 위해 나는 원자폭탄에 빗대 계산을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의심할 것도 없이 우리는 엄청나게 과도한 에너지를 우리 기후체계와 해양에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기준으로 할 때 150여년 동안 해수에 축적된 에너지는 현재 1년 동안 전 인류가 사용한 에너지의 1000배 가량에 달한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바닷물에 축적된 열에너지가 해수면 상승을 유발하고 허리케인과 태풍을 더욱 강하게 만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특히 해수면 상승의 양상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후변화의 결과 중 하나로 꼽히는 해수면 상승은 가까운 미래에 수억명의 삶을 위협하는 가장 두려운 재난 중 하나로 거론된다. 연구진은 “1871년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의 양상에 대한 분석은 지난해 대서양 깊은 곳의 온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해류의 변화를 바탕으로 지역별로 얼마나 해수면 상승이 이뤄질지 예측하는 데 이번 연구가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