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嫌惡)의 사전적 정의는 ‘싫어하고 미워함’이다.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혐오 자체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최근 남녀·난민·세대 간 혐오 등 양분화 된 집단 사이에서 표출되는 혐오는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 대상이다.
◆ “한국사회의 가장 큰 위험은 혐오에 대한 표출”
최근 한국사회의 혐오문제를 분석한 저서 ‘그건 혐오예요’의 홍재희 작가는 지난 8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혐오’ 자체는 상대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쾌감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본능이지만 한국 사회가 진단하는 혐오는 자신이 두려워하는 대상이 아닌 특정대상을 향한다는 점에서 원초적인 혐오와 다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라도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혐오의 감정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혐오표현이 대표적인 예다. 난민, 장애인, 여성 등 소수자를 향한 혐오표현에는 시체, 분비물, 강간, 벌레 등 불쾌감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을 일으키는 원초적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소수자가 혐오 가해자에게 직접 해를 끼치는 경우가 드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누군가가 투사한 두려움에 영향을 받은 혐오일 뿐이라고 홍 작가는 진단했다. 이른바 ‘사회적 혐오’라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 혐오의 확산에 대해 “한국사회의 가장 큰 위험은 개인의 마음 속 혐오를 타인에게 공공연하게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을 용인한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인적으로 얼굴이 검은 사람,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 등 소수자들을 싫어하는 감정을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이러한 공포를 타인에게 투사하는 지점에서 인종주의, 성차별 등 우려스러운 사회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 작가는 “사회적 발언권을 가진 권력층조차 혐오표현을 표현의 자유로 합리화하고 있다”며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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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재희 작가. 본인제공 |
다만, 홍 작가는 이런 사회적 혐오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고 짚었다. 집단 충돌 과정에서 과거 혐오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인식하게 되고 향후 법이나 교육적인 합의로 진보한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유럽도 인종차별을 겪으며 문제에 대한 경각심 차원에서 법적, 교육적 정비가 이뤄졌다”며 “한국도 진통을 겪고 있지만 과거 다루지 못했던 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내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의 인식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실제로 사회를 바꾸는 건 시스템과 체제인 만큼 정치권이 제도 정비부터 나서야 한다”며 “인권교육이라든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과 제도에 대한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