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과 14일에 이어 사흘 연속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5일 오전 8시30분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내린 승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출구를 향해 흡사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공항철도가 지나는 마곡대교에서 바라본 여의도 방향. 맑은 날에는 직선 거리로 약 10km 떨어진 63빌딩이 미세먼지 탓에 보이지 않는다. |
이날 오전 5시를 기준으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충청권·호남권·영남권의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그 밖은 ‘나쁨’으로 예상했다.
서울과 인천을 비롯한 7개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을 보이며, 대전과 세종을 비롯한 12개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오전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쌓이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농도가 높겠지만, 오후에는 대기 확산이 원활해져 중부 지역부터 차차 농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광화문역에서 만난 이모(40)씨는 서울 시청 인근으로 출퇴근한다면서 “마스크를 써도 기침이 나는데 언제쯤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광화문광장에는 서울 종로구 모범운전자회를 비롯한 몇몇 단체 회원들이 △‘불가피한 외출 시 마스크를 꼭 써 달라’ △‘서울지역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대중교통 이용해요’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캠페인을 벌였다. 일부 회원은 오가는 차량과 먼지에 눈이 피곤한 듯 잠시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인천 서구에서 공항철도로 서울 마포구까지 출퇴근하는 직장인 우모(30)씨는 “평소 출퇴근하며 한강 보기를 즐겼다”며 “멀리 여의도가 보이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날의 미세먼지 농도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 관련 캠페인을 벌이는 종로구 모범운전자회 소속 회원들. |
미세먼지 발생원인 논란도 더욱 뜨겁다.
수도권의 최악 미세먼지에 앞서 중국 북부에서 고강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바다를 건너 한국을 덮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전날(14일) 제기됐다.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고 한국 누리꾼들이 주장하지만, 중국 당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불만도 치솟는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류여우빈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한국의 미세먼지는 중국에서부터 바다를 건너온 것이라고 보도한다는 한국 언론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며, 여러 근거를 들어 이를 부인했다.
당시 류 대변인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공개된 관측 자료를 놓고 보면 중국의 공기 질은 대폭 개선됐지만, 한국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다소 높아졌다”고 ‘중국발 미세먼지론’을 반박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환경 전문가나 과학적 측면에서 분석해야 하는 일”이라며 “서울연구원, 환경부 산하 연구원들이 ‘50∼60% 이상이 중국 영향’이라고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