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군에 살고 있는 허모(34)씨는 전국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지난 14일 뿌연 하늘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두 살배기 자녀를 둔 허씨는 미세먼지가 가라앉았을 때 환기를 시키고 싶지만, 실시간 대기질 정보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포털 사이트에서 날씨 정보로 제공하는 지도를 봐도 우리 지역은 알 수 없어 김천시를 참고하는 형편”이라며 “우리 지역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고 싶은데 내년 상반기에나 설치된다고 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연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미세먼지 수치와 같은 환경 정보를 얻는 데도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초미세먼지 경보’까지 발령되는 등 미세먼지가 재난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일부 지방 주민들은 실시간 정보를 파악하지 못해 속만 태우고 있다.
20일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에 따르면 전국에서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포함) 지수를 확인할 수 없는 지역은 무려 32곳에 달했다.
측정망이 설치되지 않은 곳을 지역별로 보면 경북 지역이 문경시·예천군·봉화군·울진군·고령군 등 13곳으로 가장 많았다.
강원은 화천군·인제군·홍천군과 태백시 4곳에서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할 수 없다. 또 충북은 음성군 등 2곳, 전남은 곡성군 등 9곳이 측정망을 확보하지 못해 주민들이 인근 지역에 설치된 측정망을 통해 미세먼지 농도를 추정해야만 한다. 경남에서는 산청군 등 4곳이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희뿌연 서울 하늘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 평소에는 선명하게 보이는 롯데월드타워가 이날 미세먼지에 가려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는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측정망이 한 군데도 빠짐없이 설치돼 있다. 충남과 전북, 제주 등도 각 시·군별로 모두 측정망을 갖추고 있어서 대부분 1시간 단위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지역별로 환경정보 접근성에 차이가 나는 것은 환경부와 해당 지자체가 측정망 설치 예산을 절반씩 부담하고, 설치권한은 지자체가 갖는 현행 구조가 원인으로 꼽힌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측정망이 많이 설치된 지역은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예산을 집행한 곳”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역별 불균형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오염측정망 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도시대기 측정망은 중소도시 등 취약지역에 오는 2022년까지 총 505개소에 설치될 계획이다. 지방에 사는 주민들은 최장 3년 동안은 옆동네 미세먼지만 확인하는 불편한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미다.
수도권에 사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5일 오전 서울 종로 일대가 부옇게 보인다. 남정탁 기자 |
초미세먼지의 배출원 규명과 관련한 정부 대응이 미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체 위해도가 높은 초미세먼지의 농도 및 성분파악을 통한 배출원 규명을 위해 필요한 ‘PM2.5(2.5㎛ 이하 초미세먼지) 성분 측정망’은 최근 5년간 고작 1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올해 3월부터 PM2.5 성분 측정망을 40개로 늘려 오염원을 수집해 분석할 예정이다.
국립환경과학원 한 관계자는 “장비와 인력을 갖추는 데 필요한 예산이 마련돼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