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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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플랜B' 내놨지만 맹탕… '노딜' 우려 고조

메이, 의회에 더 큰 발언권 부여/與 강경파·野에 당근 제시에도/플랜A 다시 내놓은 꼴… 효과 없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 부결 약 일주일 만인 21일(현지시간) 대안인 ‘플랜B’를 내놨지만 맹탕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3월29일 아무런 완충장치 없는 ‘노딜 브렉시트’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BBC방송 등 영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날 메이 총리가 밝힌 플랜B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이어질 유럽연합(EU)과의 미래 파트너십 협상 과정에서 의회에 더 큰 발언권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 연설을 통해 노동권 및 환경 관련 기준 강화 등 노동당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브렉시트 합의안 중 안전장치(백스톱)와 관련해 수정안을 찾은 뒤 EU와 추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뿐 아니라 백스톱 조항에 반발하는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와 북아일랜드 보수정당인 민주연합당(DUP)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노동당이 요구해온 ‘노딜 브렉시트 배제’, ‘제2 국민투표’, ‘브렉시트 기한 연장’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메이 총리가 이날 발표한 내용을 골자로 한 브렉시트안은 오는 29일 하원 표결에 부쳐진다.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원하는 영국 시민들이 21일(현지시간)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의사당 앞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논의를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하지만 미국 CNN방송은 “시간이 다 돼 가는데 메이 총리는 플랜B가 아니라 플랜A를 다시 내놨다”고 혹평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도 영국과의 탈퇴 합의안은 백스톱을 포함해 모든 차원에서 가능한 최상의 합의라고 강조하며 재협상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폴란드는 이날 백스톱 조항에 5년간의 시한을 설정할 것을 제안해 EU 내에서 첫 내분 조짐이 일고 있다고 유럽 언론들이 보도했다.

한편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BBC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당 관리’ 차원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내놨지만 그는 투표가 실현될 것으로 생각지 않았다”며 “결국 그 자신이 거둔 승리의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