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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당 '늑장 꼼수'에 표류하는 '5·18 진상규명'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委 구성 난항/‘지각 추천’ 한국당, 조사위원 공문조차 접수 안해 / 4개월 만에 명단 확정하고도 늑장/與 “특별법 허점 파고든 방해 행위”/나경원 “빨리 제출하라 지시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약속했던 ‘5·18 진상규명’ 공약이 야권의 ‘늑장 꼼수’에 하릴없이 표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자유한국당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시행 4개월여 만에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추천자 명단을 확정했지만, 이후 1주일이 넘도록 국회사무처에 추천 공문조차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의 전화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이 아직 후보 추천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주지 않았다. 조사위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14일 시행된 특별법에 따르면 조사위원 후보는 국회사무처가 각 당의 후보 추천 사항을 1차적으로 공문으로 받는다. 이후 국회의장의 결재를 거친 뒤 정부로 이관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면 조사위가 구성된다. 국회의장이 상임위원 1명, 여야가 각 상임위원을 포함한 4명을 추천한다.

1980년 5월 옛 전남도청 앞을 계엄군.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국회사무처 의안과에 따르면 국회의장(1명)과 바른미래당(1명), 더불어민주당(4명)은 추천 공문 접수를 완료했다. 특히 민주당은 특별법 시행에 맞춰 지난해 9월17일 송선태 전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 등 4명의 추천 공문을 의안과에 제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이동욱 도서출판 자유전선 대표 등 3명을 최근에야 ‘지각 추천’하고도 조사위 구성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여권에선 특별법의 ‘허점’을 파고든 진상규명 방해 행위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특별법 제7조(위원회의 구성 등)는 위원의 자격에 대해 △판사·검사·군법무관 또는 변호사의 직에 5년 이상 재직한 사람 △법의학 전공자로서 관련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등 5개항을 명시해 놨다. 위원의 임기와 활동 기간도 2년으로 정했다. 그러나 특별법 시행 이후 위원회를 구성하기까지의 기한은 정한 바 없어 유관 정치단체의 ‘비협조’를 제재할 수단이 전무하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당이 추천위원을 발표하면서 조사위가 구성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또다시 시간을 끌어서 진상규명을 훼방 놓는 행태가 도를 한참 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확인을 요구하는 세계일보에 “빨리 제출하라고 지시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한국당 추천위원의 적격성을 둘러싼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권태오 후보는 군 출신 인사로 한미연합사 특수작전처장, 육군 8군단장 등을 역임했다. 특별법에선 이 경우 조교수 5년 이상의 대학 교수직 경력을 요구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군 경력 중에서도 특별법 자격 규정과 연관된 내용이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안병수·이창훈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