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박용관(사진 왼쪽) 상병과 그의 부모님. 박용관 상병 가족 제공=연합뉴스 |
휴가 중 행인에게 폭행을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군인이 장기기증을 통해 5명의 생명을 구했다. 이 군인의 유족은 열악한 군인의 인권을 호소하며 군인의 안전보장을 촉구하는 관련 법 개정을 요청했다.
상병이던 고(故) 박용관(21)씨는 지난 12일 휴가 중 경남 김해 어방동의 도로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던 도중 행인 이모(23)씨로부터 얼굴을 가격당했다. 폭행을 이어졌고 박씨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뇌사에 빠졌다. 이씨는 박 상병 일행의 대화 소리가 거슬린다는 이유로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병 유족에 따르면 그는 도내 모 대학병원에서 2번의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 21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박 상병의 유족은 고심 끝에 심장·폐·간·췌장·좌우 신장 등 박 상병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장기기증 후 박 상병의 발인은 지난 23일 거행됐다.
25일 박 상병의 아버지 박모씨는 연합뉴스에 "힘든 선택이었지만 평소 정이 많은 아들의 생각도 가족의 뜻과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장기기증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아들이) 유도 선수 출신에다가 태권도 3단"이라며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단 한 번의 저항도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상병 유족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리고 "군인의 안전을 보장할 법적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자신을 박 상병의 사촌 동생이라고 밝히 글쓴이는 "감사와 존경, 보상을 받지 못할 망정 군인이라는 이유로 저항도 억울함도 아무런 힘도 써보지 못하고 그저 당해야만 한다면 앞으로 군에 갈 청춘들은 암울하기만 하다"라며 "청춘을 바쳐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군인이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이라고 군 인권에 대한 부당함을 강조했다.
박 상병의 어머니는 "6년간 역도 선수 생활을 했고 태권도 3단 단증을 가진 건장한 아들이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허무하게 떠났다"라며 "가해자는 '넌 군인이라 신고 못 하지'라는 말만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군인들이 피해자가 되어야만 하는 사회의 통념을 바로잡기 위해 보호해줄 수 있는 법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에는 이날 오후 5시29분 기준 6773명이 참여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