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세계일보가 대학 부설 한국어학당 실태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의 한국어 강사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어강사 자격 부여 조건을 설명한 국어기본법 시행령(제13조)에서는 이들을 ‘한국어교원’으로 명시해 교원의 자격을 부여한다. 그러나 고등교육법(17조) 등에 따르면 시간강사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대학 학칙에 운영되는 정규교육 과정의 특정 과목을 강의하는 자’로 규정한다. 이로 인해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교육하는 한국어강사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2011년 한국어강사의 경우 기간제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질의회시에서 “대학 부설 어학당 강사는 교내·외 수강생 모두를 학습대상으로 해 정규 교육과정 외의 과목을 강의하므로 고등교육법 시행령 7조의 시간강사로 보기 어렵다”며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통화에서 “당시 교육부로부터 의견을 받아 질의회시한 것”이라며 부처간 협력을 통해 도출한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부 해석대로 한국어강사를 기간제 근로자로 볼 경우 한 대학과 2년 이상 연속으로 계약한 한국어강사는 자동으로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한다. 문제는 대학이 무기계약직에 준하는 임금·혜택을 부여하지 않아도 그에 따른 제재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허점이 대학에서 ‘입맛대로’ 한국어강사를 채용할 수 있는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간제법상 벌칙이나 행정규제가 없어 손해배상,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등 한국어강사 개인이 민사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숭실대 국제교육원의 계약직 강사들은 향후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된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지난해 계약서에 따르면 국제교육원 측은 “본 계약은 당사자 간 자유의사에 따라 체결하였으며, ‘을’은 계약기간만료 후 계약의 종료 내지 본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부정하는 이유로 민형사상 이의제기를 일절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의 ‘부제소특약’ 조항을 달았다. 숭실대 측은 부제소특약과 관련해 “노무사에게 자문했고, 특별한 뜻 없이 들어간 조항”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진아 이산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매매계약 자체가 현저하게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인 경우, 그 계약서에 기재된 부제소특약 역시 무효로 본 대법원 판례(2009다 50308)가 있다”며 “계약서 작성 시 사실상 위계의 고하가 확연하게 나뉜 상황에서 이런 내용에 대한 사전합의는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소속 계약직 강사들은 지난 16일부터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고, 다른 어학당에서도 동참할 조짐이다.
한국어강사는 국어기본법 제19조(국어의 보급) 등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교원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에 서울대 언어교육원 강사들은 지난해 초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등에 장관과의 대화, 국민제안 등을 통해 한국어강사 처우에 실태 조사와 법적 지위에 대한 해석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문체부는 “우리 부처에서 시정을 요구할 법적 근거와 권한이 없다”고 답했고, 교육부는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묵묵부답이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