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보통사람들 곁으로 한발 더 다가온 회화 걸작들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 기념전 ‘눈길’
도심 속에서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간다면 한 번쯤 들러야 할 명소로 서울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미술관이 신관을 마련했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 개관 6년여 만이다. 흥선대원군의 별장 석파정(서울시 유형문화재)과 수령이 400년에 달하는 모과나무 등을 배경으로 한 창밖 풍경이 운치를 더한다. 서울미술관의 올해 전시 기조는 ‘생활의 발견.’ ‘일상의 모든 것이 예술이다’란 설립 이념으로 돌아간다. 미술관의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이에 걸맞은 신관 개관 기념 기획전으로 ‘거인(去人)’과 ‘다색조선’이 다음달 28일까지 동시에 열린다.


최근 문을 연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의 신관 전경.
서울미술관 제공
◆설립자 안병광 회장이 기획한 ‘거인’

‘거인’은 서울미술관을 설립한 안병광 유니온그룹 회장이 미술관 소장품을 엄선해 직접 기획했다. ‘묵묵히 꿈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이란 전시명에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안 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젊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만지고 대화하고 소통하며 감정이 아닌 감성이 있는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게 제 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권영배 이천시 도자기 명장의 달항아리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수화 김환기(1913∼1974) 화백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10만개의 점’이 개관 이래 처음 공개된다. 수화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73년 미국 뉴욕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며 완성한 작품이다. ‘환기 블루’로 불리는 수화 특유의 짙은 푸른색이 돋보인다.

배우 최불암의 김광섭 시 ‘저녁에’ 내레이션을 들으며 수화의 작품 세계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관람 포인트. 이 시는 수화에게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 외에도 곽인식·김창열·박서보·서세옥·이우환·정상화 화백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기획전 ‘다색조선’에 전시되는 프랑스 출신 판화가 폴 자쿨레의 ‘신부’.
서울미술관 제공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 기념 기획전 ‘거인’에서 처음 공개되는 김환기 화백의 ‘십만 개의 점.’
서울미술관 제공
◆30년대 한국인 생활상 담은 ‘다색조선’

‘다색조선’에서는 이방인의 눈에 비친 1930년대 한국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아시아를 그린 서양화가’로 유명한 프랑스 출신 판화가 폴 자쿨레(1896∼1960)의 목판화를 통해서다.

어릴 적 부모를 따라 일본에 정착한 자쿨레는 1929∼1938년 한국을 다섯 차례 오가면서 한국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목판에 새긴 형형색색의 파스텔톤 색감이 특징. 자쿨레만의 아기자기한 그림별 인장을 보는 재미도 있다.

자쿨레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1931년 재일 교포 나영환을 조수로 삼는가 하면, 18년 뒤에는 그의 딸을 양녀로 맞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쿨레의 대표작 20점이 전시된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채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신부(1948년)’, 박수무당의 모자를 쓰고 있으나 금실의 상징인 원앙새를 들고 있는 ‘신랑(1950년)’, 닭싸움을 시키려는 남성과 불안한 표정으로 닭을 품에 안은 남성이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 1950년대 남북 관계를 보여주는 듯한 ‘투계(1950년)’, ‘겨울 준비(1951년)’ 등이 전시된다.

두 기획전의 관람료는 각 7000원. 서울미술관 측은 “‘거인’ 전시품은 대부분 대중에 처음 공개된다”며 “두 기획전 모두 신관 개관 기념전이다 보니 관람객들이 조금 더 관람했으면 좋겠다 싶으면 상설전으로 전시 기간을 연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