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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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낭비 방지’ 예타제도 무력화 논란

1999년 도입… 사업 경제성 등 면밀 검증/홍 부총리 “상반기 중 제도 개편안 마련”
정부가 29일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하면서 예타 제도가 무력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한 결정이라고 강조했으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재정이 대거 투입되는 사업의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예타 제도를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제도의 흔들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인정했다. 홍 부총리는 나아가 제도 개편 방침까지 밝혔다.

예타 제도는 1999년 김대중정부 당시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신규 사업의 경우 경제성과 재원조달 방법 등을 면밀히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발표하는 홍 부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전국 17개 시·도 23개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건설·정보화·국가연구개발 사업, 사회복지·보건·교육·노동·문화·관광·환경보호·농림해양수산·산업·중소기업 분야의 사업 등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국가재정법 38조2항에서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 사업 목적과 규모 등 구체적 사업계획이 수립된 사업이나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해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은 예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홍 부총리는 제도 개편과 관련해 “평가항목 조정, 수행기관의 다원화, 조사기간 단축 방안 등을 검토해 금년 상반기 중 예비타당성 조사제도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예타 대상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에서 1000억원(국비 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예타 평가 기준은 낙후지역 배려를 위해 지역균형발전 평가를 강화하고 사회적 가치를 평가항목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도 발전 방향도 마련할 계획이다.

세종=박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