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사회에 던지는 화두다.
지난달 16일 말레이시아 서쪽 클랑의 플라우 인다(Pulau Indah. Pulau는 섬, Indah는 아름답다는 의미). ‘아름다운 섬’ 플라우 인다는 섬 이름이 무색하게 전 세계 폐기물에 조금씩 잠식돼 가는 중이었다. 각국 쓰레기가 산을 이룬 이곳에 우리나라 쓰레기도 뒤질세라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후레쉬컷 파인애플, 스위트망고, 무뼈 닭발, 후랑크 소시지…’
“여기 적힌 것도 한글 맞죠? 이 회사는 한국에서 유명한 회사인가요?”
헹키아춘 그린피스 말레이시아 활동가는 바닥에 떨어진 비닐포장을 가리키며 물었다. 국내 대표 제과업체가 ‘다양한 맛을 한 팩에’라고 강조한 8종 과자 묶음포장이다.
쓰레기 더미 주변만 대충 훑었는데도 한글이 선명히 찍힌 비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번 일은 단지 돈에 눈이 먼 수출업체의 양심이 문제였던 걸까.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일본 각국의 쓰레기는 왜 수천 ㎞ 떨어진 플라우 인다까지 와서 버려졌을까.
지난해 국내외 폐기물 업계는 커다란 파도를 만났다. 중국이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금지한 뒤로 전 세계 쓰레기는 갈 곳을 잃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수거업체들이 폐비닐 수거를 거부했다. 당장이라도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상황이었는데 세상은 전과 같이 돌아간다.
모두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모두가 공평한 환경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환경 피해는 소외지역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나며 환경 혜택은 기득권층에 더 많이 돌아간다. 우리가 ‘해결했다’고 믿는 환경문제 중에는 눈에 안 띄는 사각지대로 전가된 사안도 적지 않다. 환경을 바라볼 때 ‘정의로운 해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클랑(말레이시아)=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