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 하나, 입술 떨림 하나로 보는 이들을 소름끼치게 한다.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전적으로 믿어야 할듯하고, 내 온몸을 바쳐 감당할 수 없는 부분까지 ‘감당’해야 할 것 같은, 이런 배우는 없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SKY 캐슬’에서 서울 의대 합격만을 목표로 아이들을 이끄는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역할을 한 배우 김서형(사진)의 이야기다. 사실 그녀의 악역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이번 드라마 못지 않게 ‘악녀 열풍’을 몰고 왔던 SBS ‘아내의 유혹’(2008년 11월3일~2009년 5월1일)에서 질투심에 눈이 멀어 친구를 파멸에 이르게 한 전대비문의 연기로 대한민국을 몹시 뒤흔들어놓았던 그녀다.
그랬던 김서형이 10년이 지난 지금 또 한 번의 악역으로 전국을 '김주형 스앵님' 열풍으로 휘몰아치게 하고 있다.
지난 9일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한 배우 김서형(사진 오른쪽)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악녀’가 아니었다.
술은 한잔도 못하지만 노래방을 가기 위해 회식에 끝까지 참석하고, 열창을 할 때는 그 누구에게 마이크를 뺏길세라 ‘사수’했다는 그녀. 배우들과의 단체 채팅방에서도 자신의 명대사로 대화를 주고 받을 정도로 개그감이 넘치며, ‘좀 놀아본’ 듯한 언니를 연상케 하는 현란한 발놀림과 보기만 해도 웃음을 자아내는 손가락 부딪힘은 그녀를 더 이상 ‘악역’ 전문배우 김서형으로 가두지 않았다.
그 어디에서도 지난 1일 종영한 ’SKY 캐슬’ 속 김주영은 볼 수 없었고, 심지어 카리스마 넘치던 김주영을 시청자 뇌리에서 순식간에 삭제시킬 만큼 60분 내내 그녀가 쏟아냈던 매력은 상상초월이었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이런 배우는 없었다'.
앞으로 악역 전문으로만 배우 김서형을 기억하지 않으련다. 그녀를 코믹과 멜로, 스릴러, 액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만나고 싶고, 오래 기억하고 싶다.
이윤영 방송작가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JTBC ‘SKY 캐슬’, ‘아는 형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