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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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미투 영향…? 지난해 형사고소 전년보다 8% 늘어

수사기관, 지난해 60만건 넘는 고소사건 접수·처리… 58%는 '불기소' / 결과적으로 공권력 허비… "사인 간 재산분쟁은 민사절차로 풀어야"
지난해 수사기관이 접수한 고소사건이 60만건을 넘겨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본격화한 이른바 ‘적폐청산’ 작업이 계속되고 ‘미투’(#MeToo·나도당했다) 폭로가 봇물을 이룬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고소사건 10건 중 약 6건은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되는 등 고소를 남발하는 세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소 60만5090건 접수… 2009년 이후 최다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이 접수한 고소사건은 총 60만5090건으로 집계됐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62만9300건을 기록했던 고소사건이 이후 한동안 50만선을 유지하다가 9년 만에 다시 60만선을 돌파한 셈이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해였던 2016년 수사기관이 접수한 고소사건은 57만4247건이었다. 그러다 문재인정부 들어 2017년 55만7845건으로 1만6000건가량 줄었는데 지난해 다시 증가로 돌아서 약 8.5% 늘어난 것이다.

2014∼2018년 고소사건 처리 현황
자료=대검찰청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적폐청산’과 ‘미투’를 고소 증가 원인으로 꼽는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각 정부기관별로 지난 이명박·박근혜정권 시절의 ‘적폐’를 조사하는 위원회를 경쟁적으로 꾸렸는데, 이 위원회들의 활동 결과 불법 혐의가 드러난 과거 정권 인사들이 대거 수사기관에 넘겨진 결과라는 뜻이다.

지난해 1월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구속)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을 폭로한 뒤 우리 사회에 미투 열풍이 분 것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연극연출가 이윤택(구속)씨, 안희정(구속) 전 충남지사 등 유명인들이 과거 여성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정황이 드러나 고소·고발 등을 거쳐 수사기관 조사를 받고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물론 고소사건을 수사해 재판에 넘길지 말지 결정하는 수사기관의 평가는 좀 다르다. 수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고소사건 증가는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이 복잡·다양해지고 국민 개개인의 권리의식이 높아졌으며 재산분쟁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0건 중 6건은 불기소 처분… "고소권 남용 심각해"

다만 고소사건의 절반 이상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여전했다. 고소사건 불기소율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61.4%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0년 59.1% △2011년 58.1% △2012년 57.5% 등 대체로 50%선에 머물렀다.

그러던 것이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무려 69.5%로 치솟았다. 고소사건 10건 중 거의 7건이 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수사기관 단계에서 마무리됐다는 뜻이다. 그만큼 고소가 남발됐다는 의미도 된다.

이후 고소사건 불기소율은 △2014년 55.7% △2015년 59.0% △2016년 56.6% △2017년 57.1% 등 2010년대 중후반 내내 50∼60%선을 오르내렸다.

지난해의 경우 검찰이 처리한 총 59만6059건의 고소사건 중 34만7263건이 불기소 처분을 받아 불기소율이 58.3%나 됐다. 역시나 고소사건 10건 중 6건 꼴로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채 수사기관 단계에서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 우리 국민이 권리구제의 수단으로 고소를 남발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국민이 고소한 사건 대부분이 불기소 처분을 받는 것은 원래 민사재판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인 재산분쟁의 해결책으로 형사고소를 선호하는 경향에 따른 결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형사절차, 즉 수사기관의 공권력 발동이 꼭 필요한 곳에서 적시에 이뤄지려면 사인들 간의 재산분쟁은 형사절차 대신 가급적 민사소송에 의존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