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관련 시민단체들이 자유한국당 의원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8일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논리적으로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막말을 했다. 같은 당 김순례 의원과 김진태 의원도 각각 “종북 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세금을 축낸다”,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고 가세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12일 세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광주시의회 의원들이 지난 11일 의회 본회의장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한 자유한국당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5·18을 향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말은 ‘범죄적 발언’이라 생각한다”며 “국회가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 사람 제소는 1차 조치”라며 “문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여야 4당이 함께하자는 합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추가 대응은 어떤 식이냐’는 진행자 질문에 홍 원내대표는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른 당과의 긴밀한 논의를 거쳐 적당히 넘어가려는 것으로 보이는 한국당에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답했다.
1995년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는 특별법이 제정된 사실을 언급한 홍 원내대표는 △전두환을 영웅이라 하고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 했으며 △희생자를 종북좌파가 만든 괴물집단이라 표현한 것은 역사의 부정이자 반민주적인 범죄적 망동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법 정신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국민이 만들었다며 타협하지 않고 싸워야 하는 사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의원 징계안이 윤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도 실제 제명까지는 쉽지 않다. 제명은 국회 재적의원(298명) 3분의 2(199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한국당(113명)에서 대거 찬성표가 나오지 않는 한 민주당 128명, 바른미래당 29명, 평화당 14명, 정의당 5명 만으론 어림없다.
진행자의 이 같은 지적에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스스로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뒷짐만 진 한국당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당의 입장이 나와도 말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추방이 사태를 바로잡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이 폄훼 논란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도 이날 cpbc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5·18은 광주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거나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은 역사적 사건”이라며 “(세 의원은) 5·18을 부정하고 싶은 욕망이 기본적으로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 상임이사는 김 의원 등에 대해 “5·18 부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싶은 과거 퇴행적 사고방식과 사고관이 지금도 있는 것 같다”며 “매우 잘못된 정신상태가 아닌가 진단하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조 상임이사는 유공자를 괴물집단에 비유한 김순례 의원이 괴물 같다며,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맹비난했다. 여야 4당 제소에도 제명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에 조 상임이사는 “국회의원들 양심을 믿고 싶다”며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이들을 처벌할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체벌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출당 논의 없었다…사실 확인부터”
논란이 된 의원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만 한국당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병길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은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강하게 (세 의원을) 비판한다”며 “각 정당의 사안 비판에 대해서는 개인적 의견이 있지만 말씀드리지는 않겠다”고 했다. 최 비대위원은 “내가 관심을 두는 건 역사적인 진실과 실체적 진실”이라며 “진실은 특정 개인이 부정한다고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 의원 등에 대한 출당 요구에 대해 “(해당 사안은)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았다”며 “발언 의도와 소명을 조사해야 할 것 같다. 공청회 관련 사실 확인 작업을 빠르게 진행한 뒤 (문제를) 논의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최 비대위원은 △어떻게 공청회가 진행됐고 △어떤 발언이 나왔으며 △전체 상황의 확실한 파악이 사실 확인 작업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