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IT업계에 따르면 KT 등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당국의 요청에 따라 전날부터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차단 방식’을 이용한 웹사이트 차단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유명 해외 성인사이트 등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웹사이트 접속도 무더기로 차단됐다. ISP의 고객 센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갑자기 특정 사이트가 접속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사용자들의 문의가 몰렸다.
심의 당국의 한 관계자는 “11일 하루 동안 약 800개의 웹사이트가 SNI 필드차단 방식으로 접속이 끊겼다”고 전했다. SNI는 웹사이트 접속 과정에 적용되는 표준 기술을 가리킨다. 접속 과정에서 주고받는 서버 이름(웹사이트 주소)이 암호화가 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을 노려 당국이 차단에 나선 것이다.
해외 음란물 사이트 캡처 |
그러나 취재팀이 ‘버닝썬’ 추정 성관계 영상이 스트리밍되는 해외 유명 음란물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국산신작’ ‘버닝썬VIP룸’이란 단어가 적힌 제목의 영상이 버젓이 재생됐다. 정부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12일 오후 2시 기준 영상 조회수는 25만회를 훌쩍 넘겼다.
강남 클럽 ‘버닝썬’ 화장실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촬영된 해당 영상은 약물에 취한 듯한 여성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다.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지며 2차 가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해당 영상의 유포를 막아달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에 해당 동영상을 불법-유해정보로 신고했다고 밝힌 민원인 A씨는 “약물이나 술에 취한 듯한 여성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동영상이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건 심각한 인권침해의 문제”라며 “정부가 접속을 차단했어도 IP 우회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접속이 가능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
그는 이어 “SNI차단방식을 적용한 인터넷서비스사업자는 총 7곳(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삼성SDS, 세종텔레콤, 드림라인, KINX)이다. 사업자에 따라 차단 시작일이 다르다. 지난 11일부터 불법 음란 사이트 차단이 동시에 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곧 (다른 망에서도) 차단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전날 참고인 자격으로 ‘버닝썬’ 직원 B씨를 소환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이 촬영된 장소가 실제 ‘버닝썬’ VIP룸 화장실이 맞는지 등을 물었고 B씨가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클럽 ‘버닝썬’ 측은 “해당 영상이 어디서 어떤 경위로 촬영돼 유포됐는지 우리도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이라며 “경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