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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음란물 ‘강력차단’ 의지에도… ‘버닝썬’ 성관계 영상 버젓이 재생

[이슈톡톡] 정부 음란 웹사이트 차단 실효성 논란
정부가 성인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등 불법 음란물 유포 근절을 위한 강경대응에 나섰지만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성관계 영상이 올려진 일부 해외 음란물 사이트는 여전히 접속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오후 2시 기준 ‘버닝썬’ 성관계 영상 조회수는 25만회를 넘어서며 2차 가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 “강력한 방식으로 800개 음란 웹사이트 차단”

12일 IT업계에 따르면 KT 등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당국의 요청에 따라 전날부터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차단 방식’을 이용한 웹사이트 차단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유명 해외 성인사이트 등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웹사이트 접속도 무더기로 차단됐다. ISP의 고객 센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갑자기 특정 사이트가 접속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사용자들의 문의가 몰렸다.

심의 당국의 한 관계자는 “11일 하루 동안 약 800개의 웹사이트가 SNI 필드차단 방식으로 접속이 끊겼다”고 전했다. SNI는 웹사이트 접속 과정에 적용되는 표준 기술을 가리킨다. 접속 과정에서 주고받는 서버 이름(웹사이트 주소)이 암호화가 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을 노려 당국이 차단에 나선 것이다.
해외 음란물 사이트 캡처
◆‘버닝썬’ 추정 성관계 영상 버젓이 공유... 2차 가해 우려

그러나 취재팀이 ‘버닝썬’ 추정 성관계 영상이 스트리밍되는 해외 유명 음란물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국산신작’ ‘버닝썬VIP룸’이란 단어가 적힌 제목의 영상이 버젓이 재생됐다. 정부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12일 오후 2시 기준 영상 조회수는 25만회를 훌쩍 넘겼다.

강남 클럽 ‘버닝썬’ 화장실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촬영된 해당 영상은 약물에 취한 듯한 여성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다.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지며 2차 가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해당 영상의 유포를 막아달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에 해당 동영상을 불법-유해정보로 신고했다고 밝힌 민원인 A씨는 “약물이나 술에 취한 듯한 여성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동영상이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건 심각한 인권침해의 문제”라며 “정부가 접속을 차단했어도 IP 우회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접속이 가능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영상이 올라가 있는 음란사이트는 SNI차단방식이 적용됐다. 다만 KT가 아닌 다른 인터넷망을 쓰면 접속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12일 기준 KT는 1차로 SNI차단방식을 도입했으나 LG유플러스 등은 2주 정도 늦는다. 필드 테스트, 베타 테스트 등을 하느라 시간이 걸려 약간 늦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SNI차단방식을 적용한 인터넷서비스사업자는 총 7곳(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삼성SDS, 세종텔레콤, 드림라인, KINX)이다. 사업자에 따라 차단 시작일이 다르다. 지난 11일부터 불법 음란 사이트 차단이 동시에 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곧 (다른 망에서도) 차단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전날 참고인 자격으로 ‘버닝썬’ 직원 B씨를 소환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이 촬영된 장소가 실제 ‘버닝썬’ VIP룸 화장실이 맞는지 등을 물었고 B씨가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클럽 ‘버닝썬’ 측은 “해당 영상이 어디서 어떤 경위로 촬영돼 유포됐는지 우리도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이라며 “경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