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타르(Mostar).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있는 네레트바 강 깊은 계곡에 우뚝 솟은 역사적인 도시로, 옛 터키 양식 주택과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라는 오래된 다리로 유명하다. |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호텔 안으로 들어서니, 아름다운 아가씨가 걱정했다며 반갑게 맞이한다. 순간 긴장감이 풀리고 굳어진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려는 찰나, 멈칫했다. 프런트 데스크 뒤 사무실에서 나온 남자분 하얀 윗옷에는 한쪽 팔이 없는 것이다. 당황한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보였는지 아가씨가 아빠라 소개한다. 밝게 웃으며 ‘모스타르의 역사를 알지?’라며 내 눈을 맞추고 서류를 작성한다. 아름다운 중세도시 모스타르를 할퀴었던 내전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놀라움과 피곤함으로 얼른 열쇠를 받아들고 방으로 향했다.
모스타르 관광지. 도시 전체가 오스만 제국 이전 건축, 동오스만제국 건축, 지중해와 서유럽 건축양식 등 여러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
유럽 동남쪽에 있는 하트 모양의 땅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동서양 문명이 만나고 충돌하는 길고 매혹적인 역사를 품고 있다. 우리에게 ‘보스니아’로 익숙한 이 나라는 5만㎢가 조금 넘는 규모로, 물을 의미하는 고대 인도유럽어 ‘보사나(Bosana)’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동쪽과 남동쪽은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북쪽과 서쪽은 크로아티아와 접한다.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는 민족보다는 지명을 지칭하는 말로, 보스니아인·세르비아인·크로아티아인의 세 민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보스니아인과 크로아티아인 중심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과 세르비아인 중심의 스릅스카 공화국으로 사실상 나뉘어 있다고 한다. 옛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을 구성하는 여섯 개 공화국 가운데 하나였으나 1990년대에 유고슬라비아 전쟁 시기에 독립을 얻었다.
모스트. 오스만 제국 지배를 받던 동안에 건설된 것으로 푸른 강을 건너는 아치형 석조 다리이다. 1993년 11월 트리아티아군의 대규모 공격에 심히게 손상됐다가 이후 폭격에 완전히 파괴되었다. |
아름다운 다리는 1993년 11월 트리아티아군의 대규모 공격에 심하게 손상됐다가 이후 포격에 완전히 파괴되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정부는 다리가 무너진 9월 11일을 국가 기념일로 정했으며, 유네스코 지원으로 복원된 다리는 2005년 세계역사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다리 중심으로 도시 전체가 오스만 제국 이전 건축, 동오스만제국 건축, 지중해와 서유럽 건축양식 등 여러 문화가 어우러진 훌륭한 본보기라고 한다. 특히, 오늘날 국제적인 협력과 다양한 문화적·민족적·종교적 공동체의 공존과 화해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1993년, 탱크 포격으로 다리가 붕괴되었을 때 현장에 있었다는 호텔 주인 아저씨는 내전 때 다친 부상만큼 당시를 심장을 찢는 아픔이라고 표현했다. 도시와 나라 전체를 상징하는 아픔은 네레트바 강 바닥에 잠긴 다리 조각과 함께 눈물로 묻었다고 한다. 지금은 관광객을 받으며 지나간 과거로 이야기되지만. 이 지역 모든 사람들에게는 ‘심장에 가둔 돌’이라 설명해 준다.
유네스코 지원으로 복원된 다리는 2005년 세계역사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24m 높이의 강으로 뛰어 내리는 대회는 1664년 처음으로 개최되어 다리가 복원된 지금까지 계속된다. |
올드 바자르. 가파른 언덕에 구불구불한 좁은 도로를 따라 이어진 옛 시가지는 다양한 문화적·민족적·종교적 배경을 보여준다. |
구시가지에서 만난 사람들. 도시에는 무역소와 공예품 건물들이 자리하고 특별히 목재나 석재로 만들어진 상점과 석조 창고들이 길을 따라 들어서 있다. |
여행가·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