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버닝썬 유착 의혹’ 수사 속도내는 경찰… 일부 반발도

사건 출동 경찰관·담당 형사 등 / 휴대전화 통신기록·계좌 조회 / ‘물뽕’ 판매 사이트 조사도 병행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클럽과 경찰 사이의 유착 의혹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착 의혹이 제기된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의 통신기록과 금융거래 내역 등을 확보하는가 하면, 클럽 대표와 영업사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경찰관들의 통신기록까지 요구해 반발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경찰 입장에서는 클럽과 경찰의 유착 의혹이 가장 심각한 부분”이라며 “이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폭행 사건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과 해당 사건을 담당한 형사들의 동의를 받아 휴대전화 통신기록을 조회했고 이들의 계좌도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닝썬 측과 연락이 빈번한 인물이 있는지 등을 살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일보 취재 결과 경찰은 해당 경찰관들뿐만 아니라 지난해 역삼지구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이들 전원을 대상으로 통신기록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일선 경찰관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일선 경찰관은 “경찰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인데,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전혀 없는 직원들에게까지 통화기록을 내라고 하니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은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워낙에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기도 하고, 보다 철저히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통화기록 제출을) 요구한 것”이라며 “강제로 내라고 한 건 아니고 동의를 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버닝썬의 영업 관련 서류와 장부도 확보해 들여다보고 있다. 또, 버닝썬이 개업한 지난해 2월 이후 클럽과 관련한 112 신고 전량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버닝썬에서 마약류가 유통·투약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클럽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하는 한편, 이른바 ‘물뽕’(GHB) 판매 사이트 수사도 병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버닝썬이 마약 관련 사건으로 입건된 사례가 한두건 있었다고 부연했다. 다만 경찰은 “(클럽의) 마약 관련 내용은 지속적이고 일상적으로 수사해온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 관한 언론 보도 중엔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클럽 VIP룸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사성행위 동영상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영상은 최근 온라인 공간에 유포돼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영상 촬영자를 특정하기 위해 클럽 관계자 1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으며, 동영상이 유포된 인터넷 사이트도 수사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 버닝썬 이문호 대표와 한모 영업사장을 소환해 클럽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 사건은 지난해 11월24일 김모(28)씨와 클럽 보안요원 간 폭행 사건을 계기로 불거졌다. 당시 김씨는 클럽 직원에게 끌려가는 여성을 도우려다 보안요원과 출동한 경찰에게 폭행당했다며 경찰과 클럽 간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버닝썬 이용객들이 클럽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도 등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경찰청은 광역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해 수사에 착수했다.

김주영·김청윤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