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15일부터 자산운용사들에게 투자 일임 형태로 위탁 운용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위임할 수 있다.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지만 의결권을 위임받는 자산운용사들은 자율적인 의결권 행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의결권 위임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아직껏 마련되지 않아 자체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위탁의결권을 완전 자율로 맡길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며 “사실상 국민연금의 입장에 맞춰 자산운용사들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연금이 지분율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 중 보유 비중이 1% 이상인 기업에 대해 주총 사전에 안건 찬반 입장을 공개하기로 한 것도 운용사로서는 부담이다. 지금까지는 주총이 끝난 뒤 의결권이 어떻게 행사됐는지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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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다. 여기에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차관 4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관치주의’ 성향을 띠기 쉽다.
국민연금은 2014년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9.1%만 안건에 반대했으나 지난해 반대표 행사율이 18.8%로 높아지는 등 의결권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으로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네이버 등 10대 그룹 상장사의 70%가 해당한다.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 중 57조3000억원을 국내 32개 자산운용사에 위탁 운용하기로 한 것도 ‘연금사회주의’ 우려를 의식해서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와 관련된 안건이나 이사진 연임에 관련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하면 기업 입장에선 꼼짝없이 손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