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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는 윤리보다 경제적 문제 … 접근 전략 바꿔야" [제25차 국제과학통일회의]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25차 국제과학통일회의(ICUS) 참석차 우리나라를 찾은 헌터 로빈스 내추럴 캐피털리즘 솔루션(NCS) 회장은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4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설파해 온 그는 환경문제가 곧 경제문제라고 했다.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헌터 로빈스 내추럴 캐피털리즘 솔루션(NCS) 회장이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환경과 경제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환경위기를 도덕적이고 감정적인 영역에서 다뤘습니다. ‘인간의 산업활동 때문에 북극곰이 저토록 야위었다. 불쌍하지 않은가’라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경을 도덕이 아닌 경제적 관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그가 컨설팅한 한 글로벌 생활화학제품 기업의 예를 들었다. 이 기업은 원료인 달걀을 언제나 방사형 사육 농장에서 납품받았다. 그러다 조류인플루엔자로 달걀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경쟁기업들은 원료를 구하지 못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이 기업에 납품하는 농장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돌지 않아 생산에 차질을 겪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빈스 회장은 “지속가능한 경영이란 자연을 ‘재생가능하게’ 이용한다는 의미”라며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더 많은 생산과 이윤을 위해 환경을 착취해왔지만, 앞으로는 재생(regeneration)을 염두에 둔 경제활동만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성장도 환경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환경문제에 관한 고전으로 꼽히는 ‘성장의 한계’의 저자 데니스 메도스 박사는 2년 전 본지 인터뷰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은 ‘평화로운 전쟁’처럼 모순된 말이라고 지적했다. 한정된 자원으로 계속 생산을 늘려가는 한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로빈스 회장은 ‘우리가 무엇의 성장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전통적인 개념에서 재화가 늘어나는 걸 성장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죠. 하지만 지식, 환경, 인간관계, 예술은 다릅니다. 지구를 착취할 필요도 없고, 한계가 있는 것도 아니죠.”

그는 변화의 징조가 이미 곳곳에서 읽힌다고 전했다.

“자동차와 휴대전화 중 하나만 선택한다고 칩시다. 당연히 자동차가 더 비싸죠. 하지만 젊은이들은 휴대전화를 고릅니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이 사회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차가 필요하면 우버를 부를 수도 있고요. 이제 ‘성장’과 ‘이윤’은 지구 자원을 뽑아내 무언가를 더 만들어내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죠.”

로빈스 회장은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선포한 ‘새만금 비전’과 극심했던 2017년 봄 가뭄, 우리 정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미세먼지 공동 연구 등 국내 환경 현안에 밝았다.

그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방향성은 잘 잡은 것 같지만, 지금보다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전했다. 환경위기는 사람들에게 전통적인 소비와 소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고, 이는 경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커다란 움직임이 될 수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 친구이자 스탠퍼드대 교수인 토니 세바는 머잖아 대다수 자동차가 재생에너지로 움직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차를 공유할 거라고 전망합니다. 이런 전망이 맞다면 자동차는 6분의 1로 줄고, 차량 소유비용은 10분의 1로 줄게 됩니다. ‘미래를 위해 전기차를 만들자’는 단순한 전략만으로는 급변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투자한 수많은 금융회사, 연기금 등도 마찬가지고요.” 

그는 “오늘날 환경위기는 도덕적인 차원에서 자연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지구에서 계속 살아남기 위해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환경과 경제활동은 적대관계였지만, 이제는 함께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인간에 의해 6차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공룡 멸종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죠. 그동안 인간은 생태계를 지배해왔지만, 이번에도 우리가 승자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지구 역사를 보면 가장 많은 자원을 착취한 종은 늘 멸종했거든요. 이제 정말로 지구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