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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가 증인석에… 영화 속 장면과 현실은 비슷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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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감독 새 법정영화 ‘증인’… 법 지식 알고 보면 재미 두배/자폐아 진술 증거능력 인정한 판례도/16세 미만일 땐 증인 선서 안해도 효력/발달장애인 증인신문시 지원군 둘 수도/보복 우려 땐 신변안전 조치 받을 수 있어/변호사 ‘피고인 비밀누설’은 처벌 가능
“나는 과연 ‘좋은 사람’일까.” 이한 감독의 신작 ‘증인’은 고전적인 화두를 던지는 법정 영화다. 사람에 대한 믿음, 다름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돌아보게 한다. 자폐증이 있는 여고생 지우(김향기)는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피고인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변호사 순호(정우성)는 지우의 증언을 통해 진실을 밝힌다. 이는 곧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여는 과정이다.

영화 속 장면은 실제 모습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해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증인’의 배경지식을 소개한다.

◆자폐아 진술 신빙성 인정한 대법원 판례

순호와 사건을 맡은 검사 희중(이규형)은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지우를 증인석에 세울지를 놓고 팽팽히 맞선다. 순호는 지우를 증인석에 세워야 한다는 입장. 희중은 지우의 진술서와 진술 영상 녹화물로 대체하자고 한다.

14일 대법원에 따르면 영화 속 상황과 들어맞지는 않지만 자폐아의 진술 증거능력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자폐증이 있는 초등학생 A군과 부모는 2014년 “같은 반 B군이 학교에서 가위로 폭행해 급성 스트레스 장애 등을 입었다”며 B군 부모를 상대로 71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A군 진술의 신빙성이었다. 그의 지능지수(IQ)는 정상이었다. 다만 사건의 목격자가 없었다.

A군과 B군의 진술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학교폭력위원회는 “가해자를 알 수 없다”고 결정했고, B군은 소년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됐으나 불처분 결정을 받았다. 그의 부모는 “A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심에 이어 2심도 “A군 진술은 신빙성이 매우 높다”며 31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B군을 가해자로 인정한 것.

A군이 경찰 조사 당시 직접 그린 가위의 모습이 B군이 갖고 다닌 가위와 일치한 게 결정적이었다. B군이 A군을 이유 없이 때린 적 있는 등의 제반 사정과 가정법원의 불처분 결정은 비위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아닌 점도 참작됐다. 2016년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영화 ‘증인’에서 변호사 순호(왼쪽)가 피고인을 접견하고 있는 모습.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보복 우려 시 ‘신변 안전 조치’도 있어

증인석에 선 지우는 증인 선서를 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상 16세 미만의 선서 무능력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증언 효력이 없는 건 아니다.

또 1심 법정에서 피고인 측 공세를 홀로 감내한다. 실제로는 지원군을 곁에 둘 수 있다. 발달장애인법상 법원은 자폐성 장애인 등 발달 장애인을 증인 신문할 때 당사자나 보호자, 검사 등이 신청하면 부득이한 경우를 빼고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해야 한다.

신변 안전 조치도 받을 수 있다. 살인 등 특정범죄에 대한 진술이나 증언을 한 사람은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으면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시설에서의 보호나 신변 경호, 참고인 또는 증인으로 출석하거나 귀가할 때 동행 등이 가능하다. 당사자나 법정대리인, 친족 등이 재판장이나 검사, 주거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지난해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범죄 신고자와 증인, 참고인 등 형사 절차 참여자가 법정에 나갈 때 신변 보호를 요청한 건수는 8073건이었다.

◆변호사 비밀 유지 의무 어기면 ‘처벌’?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순호는 2심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밝힌다. 변호사법상 변호사는 비밀 유지 의무가 있다. 전·현직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업무상 비밀 누설죄가 될 수 있다. 형법 317조 1항은 ‘변호사 등이 직무 처리 중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변호사는 “변호사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변론해야 하는데 순호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사임해야 할 것”이라면서 “피고인 비밀을 얘기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단적으로 테러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정당행위 등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덧붙였다.

영화 속에서 문제의 사건 1·2심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다. 현행법상 국민참여재판은 형사 사건의 1심 재판에 국한돼 이뤄지고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