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매매·전세가격 동반 하락으로 깡통전세 경보가 발령됐다. 전셋값이 계약 시점보다 떨어져 자칫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 가능성도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방의 깡통전세 상황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지만, 서울 지역의 전세 약세는 일시적 공급과잉에 따른 착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집주인에게 전세자금 대출까지 해줘야 했던 2008년 상황으로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증가… ‘깡통전세’ 공포
깡통전세 공포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 증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SGI서울보증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를 종합해 본 결과 두 회사가 지난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준 액수는 1607억원으로 2017년의 398억원보다 4배 이상 커졌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전세계약이 끝났지만 전셋값이 계약 시작 때보다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전세금 반환을 제때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말 전국 주택전세 가격은 2년 전인 2017년 1월과 비교해 볼 때 1.42% 하락했다. 아파트 전셋값이 -2.67% 떨어지면서 더욱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전국 17대 광역 시·도 중 절반이 넘는 11개 지역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아직 전세가격이 오른 상태지만 서울 주택시장에 파급력이 큰 강남4구는 내림세로 전환한 상태다.
집값·전셋값 하락으로 인해 ‘깡통전세’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급매매 시세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
깡통전세를 둘러싼 공포감 확산에도 정부는 당장 대응 대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경고성 발언‘을 하면서 대출 규제 강화 등 단기성 카드를 검토하는 정도다. 정부가 현재 주택시장을 지난해 폭등에서 안정으로 막 전환한 시점인 것으로 판단하면서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 가능하다. 자금 경색과 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집값·전셋값 안정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는 시각인 셈이다.
또한 현재 상황이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전국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주택가격) 안정은 이 자체가 최종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니며 서민에게 여전히 집값이 소득보다 너무 높다거나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시적 공급과잉에 따른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은진 부동산 114팀장은 14일 통화에서 “전세 시장은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물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나 소진할 때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전셋값 약화는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등 대규모 물량 공급이 일어나고 있는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교보증권 백광제 연구위원은 1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가격이 소폭 하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세계약이 2년 단위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고려할 때 (재계약이 이뤄지는) 2016년 말 대비 2018년 말 (서울 지역) 전세계약은 평균 8%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 관찰하지 않고 주간단위로 보면서 깡통전세를 주장하는 입장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