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그는 내게 북한과의 큰 전쟁 개시에 아주 근접했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국정연설에서도 “만일 내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도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WP) 부편집인은 이날 자신의 최근 저서 ‘공포, 트럼프의 백악관’에 기술된 관련 내용을 트위터를 통해 다시 소개했다. 우드워드는 “오바마는 전쟁을 피할 수 있기를 열망했지만, 외과 수술식의 정밀 타격(surgical strike)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할 수 있을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우드워드는 “오바마가 대통령직을 넘겨줄 준비를 하면서 북한 문제에 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2016년 9월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북핵 문제 대응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오바마는 그때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에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일거에 제거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미국의 군사 공격으로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핵무기와 핵 시설을 한꺼번에 파괴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보기관이 북한의 핵 보유 현황 및 보관 장소 등을 소상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이 군사 공격을 감행해도 북한 핵무기와 핵 시설을 부분적으로 없애는데 그칠 것이라는 게 미국 정보기관의 판단이었다.
미 정보기관과 국방부는 오바마의 지시를 받은 뒤 1개월 동안의 검토 작업을 거쳐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대북 군사 공격을 단행하면 북한의 ‘공개된’ 핵 시설의 85%가량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우드워드가 전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북한이 지하 동굴 등에 감춰둔 핵폭탄 또는 관련 시설 등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제임스 클래퍼 당시 국가정보국장(DNI)은 미국이 군사 작전을 동원하면 이는 완벽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미국이 군사 공격으로 북한의 핵무기를 일부 제거해도 북한이 단 1개의 핵폭탄이라도 한국에 떨어뜨리면 최소한 수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가공할 위력의 장사정포 등 재래식 무기로 한국을 공격할 수 있고, 20만 명 이상의 지상군 병력을 동원해 남침을 시도할 수 있다고 미국이 판단했다.
미 국방부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지상군을 동원해 북한을 침공하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우드워드가 전했다. 그렇지만 미국이 지상군을 동원한 군사 작전을 전개하면 북한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핵무기로 대응할 것으로 미 국방부가 예상했다. 우드워드는 “오바마로서 그런 상황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지난 2009년 노벨 평화상 수상 연설에서 “전쟁은 인간의 비극을 보증할 뿐이다”면서 “전쟁은 어느 점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우드워드는 “오바마가 좌절감을 느끼고, 격분했지만 대북 선제 타격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우드워드는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이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