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가 최근 발표한 ‘2019년 AI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현장의 수용성과 시장성 등의 가치를 토대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오픈소스 프레임워크’였다.
구글 브레인팀이 개발해 2015년 공개한 텐서플로는 수치계산과 대규모 머신러닝을 위한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다. 이를 통해 숫자 판별이나 이미지 인식, 자연어 처리 등 AI나 머신러닝 모델을 구현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대폭 낮아졌다. 기존 개발자의 경우에도 큰 흐름이나 논리에 주로 집중하면 될 뿐 배후의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여러 클라우드에 흩어져 있는 가상머신을 한곳에 모아놓은 것처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인 구글의 ‘쿠버네티스’ 또한 주목도가 큰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오픈소스 프레임워크를 통해 기업은 자사 기술의 호환성 및 개방성, 확장성 등을 키운다. 기업 입장에서는 무료로 더 많은 개발자를 고용하는 효과를, 개발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술·제품 활용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주고받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오픈소스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를 75억달러(약 8조원)에 인수한 데 이어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DB)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 시투스데이터를 인수하는 등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IBM 또한 지난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업체인 레드햇을 340억달러(약 38조원)에 인수한 바 있다.
오픈소스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두 가지 트렌드는 ‘에지 컴퓨팅’과 ‘안면인식’이었다.
에지 컴퓨팅은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가장자리)기기 자체에서 데이터를 처리·분석하는 것을 뜻한다. 5G(세대 이동통신)의 상용화를 앞두고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에지 컴퓨팅, 자율주행 등 활용 범위가 갈수록 커진다. 중앙 서버의 과부하를 줄이고, 데이터 처리 속도도 줄이는 등 여러 효과를 위해 필수적인 기술로 꼽힌다.
의료 이미지 및 진단 분야도 AI와 관련한 유니콘·스타트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MRI(자기공명영상) 등 의료영상을 판독하는 것에 대부분 집중돼 있지만 의료 빅데이터의 중요성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만큼 제도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자상거래 분야도 AI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추가 달리지 않은 흰색 셔츠’와 같은 식으로 상품을 검색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이를 위해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등의 여러 AI 기술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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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어 처리 분야에서는 전자상거래 검색과 통역 등이 주류 기술로 자리 잡는 가운데 챗봇 등의 대화 행위체(conversational agents)나 재고·물류 관리 분야 등의 백오피스 자동화는 산업현장의 요구도는 높지만 아직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AI의 대표주자인 자율주행(autonomous navigation)은 높은 시장성에 비해 아직 기술적 뒷받침의 역할이 앞으로 커져야 할 분야였다.
국내에서도 보험업계 등을 중심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자동청구처리는 아직 산업 적용성과 시장성이 모두 낮은 편임에도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분류됐다. 무인화 가게 등에 필요한 인공지능 기술(check-out free retail)이나 위조지폐를 감별하는 기술에 대한 주목도도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전반의 컴퓨터 구조 분야에서는 ‘강화형 기계 학습(reinforcement learning)’과 ‘페더레이티드 러닝(Federated learning)’, ‘대립적 생성 네트워크(GANs)’, ‘캡슐 네트워크(Capsule Networks)’ 등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비교적 큰 것으로 분석된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 이후 본격적인 관심을 받는 강화형 기계학습은 기반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자율주행 등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보를 제공하면 AI끼리 서로 대국해 스스로 새로운 행동 패턴을 학습하는 것처럼 경우의 수나 변수가 많은 현실에서 로봇의 제어·동작을 연구하는 데에도 적용이 활발하다. 최종 목표는 역시 인간에 근접한 판단과 작업이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