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서울대학교 정진성 연구팀은 25일부터 3월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 열리는 ‘기록 기억: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다 듣지 못한 말들’ 전시를 통해 박씨의 사진 1점과 버마 미치나에서 한국인 위안부 20여명이 찍힌 사진 2점을 공개한다고 18일 밝혔다. 실물 사진들은 가로 29㎝, 세로 21㎝로 인화됐으며, 보존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진들은 그동안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하던 사진의 스캔 본만 공개됐다.
박씨의 사진은 1944년 9월3일 촬영됐다. 그는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 때 사진 속 여성이 자신임을 증언했다. 박씨는 1939년 평양에서 중국 난징으로 끌려갔다가 버마로 이송됐다. 가까스로 탈출한 박씨 일행은 옥수수로 허기진 배를 채우다 중국인 농부에게 발견됐고, 미·중 연합군 포로가 됐다.
눈물의 역사 담은 사진들 1944년 9월3일 촬영된 사진 속에서 만삭의 몸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박영심씨와 다른 피해 여성들이 중국 쑹산에서 포로로 잡힌 뒤 지친 표정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1944년 8월14일 버마 미치나에서 찍힌 사진에는 미군에 포로로 잡힌 일본군 위안부 20여명의 모습이 보인다. 서울시·서울대 정진성 연구팀 제공 |
함께 공개되는 실물 사진 2점은 1944년 8월14일 버마 미치나에서 포로로 잡힌 일본군 위안부 20여명과 미군 4명이 찍힌 사진이다. 사진 속 위안부들은 무표정 속에 불안한 눈빛을 띠고 있다. 얼굴을 감추려는 듯 고개 숙인 여성도 있다. 당시 이들은 일본계·중국계·본토 미군들에게 심문받았다. 위안부들은 일본어가 서툴렀고 미군들은 이해관계가 달라 여성들의 고통은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다.
이 실물 사진 세 장은 미군이 1944∼1945년 앨범 제작을 위해 인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본 필름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대학교 정진성 연구팀은 지난 3년간 추진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관리사업을 통해 실물 사진들을 찾아냈다. 낱장으로 흩어진 사진을 작년 9월 미국 개인 소장자로부터 구입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보유한 다른 인화 사진과 달리, 이 사진들의 오른쪽 하단에는 ‘U.S. ARMY’라는 부대 표식이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군부대에서 개별적으로 사진을 인쇄해 사진첩을 만들어 유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전시를 위해 수소문하던 과정에서 실물 사진의 존재를 알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 사진들을 비롯해 그동안 연구팀이 발굴한 사료, 영상 등이 선보인다. 일본인과 조선인들의 귀환을 다룬 뉴욕타임스 신문 실물(1946년 3월 2일자), 쿤밍보고서 및 축섬승선자 복제본 명부, 일본군 위안부 최초 증언자 배봉기씨의 사진 등이 포함된다. 전시는 위안부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버마, 중국, 일본 등 각 지역에 끌려갔던 여성들을 중심으로 4개 이야기로 구성됐다. 강제 동원 과정, 피해 경험뿐 아니라 전후 귀향과 이후의 삶도 함께 보여준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