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다. 판결을 보면 검찰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재판부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추정에 추정을 거듭해 검찰의 주장과 증거를 끼워 맞췄다.”
김경수 경남지사(왼쪽)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세계일보 자료사진 |
실은 맨 위의 발언은 2017년 8월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교도소에서 만기출소했을 때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것이다.
그 다음은 대법원이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2015년 8월20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현 대통령이 보인 반응이다.
맨 마지막은 1심의 무죄 선고를 깨고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2013년 9월16일 항소심 판결 직후 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된 이른바 ‘한명숙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1월30일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 및 법정구속 선고를 받고 구치소행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날 판결문 분석 결과 발표에선 “드루킹 진술 중 허위·과장 부분을 과소평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 망각”, “직접적 물적 증거가 없다” 등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한 전 총리 항소심 징역 2년 선고와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 이후 내놓은 반응과 놀랍도록 ‘판박이’다. 일각에선 “허익범 특검만 ‘검찰’로, 또 김경수만 ‘한명숙’으로 각각 바꾸면 싱크로율 100%”라고 꼬집는다.
“한 전 총리 판결 때는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사법부의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제 여당이 된 민주당은 ‘사법부의 여당 탄압’이라고 할 것이냐”는 비아냥도 적지 않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양승태 적폐 세력이 아직 법원에 남아 있는 증거”라고 주장하지만 당장 “끈 다 떨어지고 감옥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 앞에서 집권 여당이 무슨 ‘약자‘처럼 구는 모습에 누가 수긍할 것인가”라는 반박이 거세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7년 8월23일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으로 징역 2년 복역을 마치고 의정부교도소에서 출소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실제로 판결문 분석 결과 발표회의 한 참석자는 “법원은 법정구속 여부를 놓고 경남 도정의 영속성 등 또 다른 중요한 가치를 폭넓게 살피는 것이 옳았다”고 말했다. 현직 도지사 신분을 감안해 보석을 허용, 불구속 상태에서 남은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노골적인 요구인 셈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는 “이런 일련의 상황을 연결해서 본다면 2심 재판부가 부담을 가질 것은 당연하다”며 “재판부가 부담을 가진다면 재판 개입, 재판부에 대한 압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변호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오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1층 대회의실에서 ‘김경수 여론조작 판결 분석 대토론회’를 연다.
판결문 분석을 통해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한 법리적 근거가 과연 무엇인지, 민주당 등의 주장처럼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의 비서를 지낸 인연 때문에 편향된 판결을 내린 것인지 등을 조목조목 설명할 예정이다.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낸 이상철 변호사, EBS 이사를 지낸 조형곤 뉴미디어 비평가,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박인환 변호사, 율사 출신인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허만호 교수 등이 참석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