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장을 찾은 박모(54·여)씨는 혀를 끌끌 찼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연설이 막 끝난 직후였다. 박씨는 “오 전 시장 연설할 때 김진태를 외치고,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말할 때 욕하던데 대구 사람 아닙니다. 어디 딴 데서 와서 물을 흐리냐”고 타박했다.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호남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이 김 후보를 연호하고 있다. |
전대 뉴스가 태극기부대로 도배되자, 한국당 지도부와 주요 인사들은 곤혹스런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무성 의원은 “당이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 야당 의원은 “태극기부대가 이렇게 설쳐대는 모습을 보고 누가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을 찍겠느냐”라고 우려했다. 태극기부대가 부각되면서 전대 중인데도 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컨벤션 효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조차 나온다.
황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우리는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않는다”며 “합동연설회에서 우리 측 지지자가 얼마나 집결하는지 눈으로 확인하면 된다. 김 의원 쪽은 훈련된 태극기부대지만 우리는 진짜 지역에서 온 당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는 대구를 지역구로 둔 정종섭(동구갑), 김상훈(서구), 곽상도(중구남구), 추경호(달성군) 의원과 경북의 김정재 의원 지역구(경북 포항북구)에서 온 당원들은 무대 앞에서 황 전 국무총리 응원 포스터를 흔들며 “황교안”을 연호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